어제 <아침을 열며> 에 홍준형 교수가 ‘촛불학 개론’이라는 글을 썼다. 학자들이 저마다 촛불현상의 사회학ㆍ정치학적 의미를 분석하느라 바쁠 것이라며, 모호하나마 ‘권력’의 모습으로 등장한 촛불의 특성과 문제점을 간명하게 요약했다. 여기에 수사적 표현이겠지만 학문의 지위를 부여한 것은 그만큼 진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읽었다. 아침을>
성급한 찬양과 비판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우리 헌법의 기본 원리인 국민주권주의와 이에 입각한 민주공화국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토대로 촛불을 평가해야 할 당위를 강조한 점이 돋보인다.
■그러나 이런 정통적 접근과 평가는 요즘 사회 분위기에서는 자칫 시대 변화를 모르는 ‘공자 말씀’으로 외면 당할 수 있다. 이런 사리를 일찍 깨우친 젊은 학자들은 새로운 주권적 인식을 지닌 독립적 주체들의 집단행동을 통한 직접민주주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고 환호한다.
대중의 일상적 삶과 유리된 여러 정치제도와 국가권력에 반기를 드는 생활정치가 구현되고 있다고 반긴다. 특히 촛불집회에 맨 먼저 앞장선 여중고생 등의 이른바 하이퍼 세대를 중심으로 만개한 디지털 문화, 미디어 혁명이 정치사회적 소통과 권력 배분의 방식을 근본부터 바꿔 놓았다고 찬탄한다.
■솔직히 10대, 인터넷세대의 사고와 행동에 익숙하지 않은 처지에서는 정통적 접근이 편하다. 이를테면 사회학보다는 정치학, 정치학보다 법학이 논리 정연한 것과 무관치 않다. 헌법 원리에 비춰 촛불현상을 평가하면 사회를 뒤흔든 혼돈의 실체와 해법을 가늠하기가 훨씬 쉽다.
제도 언론의 낡은 인식을 비웃을지 모른다. 그러나 인류가 현실과 의식에서 숱한 혁명을 경험하고서도, 지금껏 국가의 틀과 헌법 질서를 소중히 지키는 이유를 헤아릴 필요가 있다. 국가 제도는 흔히 국민 개개인을 배신하지만, 궁극적으로 국민 전체의 안녕과 복지에 이바지한다.
■이렇게 보면 디지털과 아날로그 세대의 소통에 앞서 우리 지식인 사회의 관점 차이부터 좁히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기여할 재주는 없지만 성의를 보태는 뜻에서 영국신문에서 읽은 칼럼의 주장 한 가지를 소개한다.
글을 쓴 탁월한 논평가 사이먼 젠킨스는 인터넷시대가 진전될수록 대중이 컴퓨터 앞에 머물지 않고 음악 연예 스포츠 정치 등 모든 분야의 실제 현장에 몰려나오는 세계적 현상에 주목했다. 인터넷을 통한 소통을 저마다 찬양했으나 대중은 광장에서의 대면과 접촉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역사의 반전’이라고 평했다. 촛불정치 분석에 참고할 만하다.
강병태 수석논설위원 btkang@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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