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은 두 가지 이름을 가지고 있다. 성분명(화학명)과 상품명이다. 예컨대 진통제인 타이레놀은 상품명이고, 아세트아미노펜이 성분명이다.
또한 약은 오리지널 약과 제네릭 약(복제약)으로 구분된다. 오리지널 약은 개발사에서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최초로 개발한 약이다. 신약을 개발하는 데는 1조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약의 물질특허나 독점판매 기간이 지나면 다른 제약사에서 오리지널 약 개발과정에서 얻은 유효성과 안전성을 원용하고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이하 생동성시험)을 거쳐 약효가 같을 것이라는 점을 간접 증명을 통해 판매 허가를 얻는다. 이 약이 바로 제네릭 약이다.
대부분의 나라는 제네릭 약을 권장한다. 오리지널 약보다 값이 1/3 이하여서 의료비를 줄일 수 있어서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매년 매출액의 15% 이상(5조~10조원)을 연구개발비로 사용함으로써 신약을 꾸준히 개발해 생명 연장에 기여한다. 1986~2000년 15년 동안 기대수명이 1.96년 늘었는데, 이 중 0.79년이 신약때문이다.
그러면 이렇게 바람직한 제네릭 약을 전면 사용하도록 성분명 처방을 확대하지, 왜 반대하는 주장이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이유는 오리지널 약을 제네릭 약으로 대체 조제한 뒤 부작용이 생기고 치료에 실패했다는 사례가 외국 논문에서 꾸준히 보고되기 때문이다.
제네릭 약 허가를 위한 생동성시험은 같은 효과를 완벽히 보장하지 않는다. 생동성시험은 건강한 성인 남자를 대상으로 하며 제네릭 약과 시판 중인 오리지널 약이나 표준 약(reference drug)을 각각 교차 투여, 투여기간에 10회 이상의 채혈을 통해 약 흡수 속도와 정도를 반영하는 약동학적인 파라미터를 산출하고, 이들 값이 표준품의 80~125% 범위에 속하는지를 증명하는 것이다. 즉 80~125%의 차이를 임상적으로 의미 없는 차이로 가정하고 제네릭 약을 허가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약과 질환에서 이런 가정이 적용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앞서 말한 외국 논문의 부작용 보고들은 이런 허용치가 적용되지 않는 약이나 질병 상태가 있다는 증거다.
생동성 기준을 충족해 허가된 제네릭 약으로 오리지널 약을 대체했을 경우와 제네릭 약을 다른 제네릭 약으로 대체했을 경우를 나눠 실험하면 약 효과 감소가 1/3 이상이거나 효과 증가가 1.5 배 이상인 환자가 오리지널 약을 대체했을 때는 5% 이하이지만 제네릭 약끼리 대체했을 때는 전체 환자의 12%에 달한다.
생동성시험의 허용범위에 속하지만 오리지널 약의 80%정도의 흡수를 보이던 약으로 조절되던 환자가 125%에 가까운 약으로 임의 조제하면 거의 1.5배의 용량을 먹게 된다.
반대의 경우에는 2/3로 용량이 줄어든다. 이런 환자가 전체의 12%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정도는 소화제나 제산제 등에서는 문제 없지만 간질이나 부정맥, 일부 당뇨병 치료제, 항응고제 등은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매출이 큰 제네릭 약이 100개 이상 허가된 우리나라에서는 외국과 달리 성분명 처방으로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있고, 부작용 발생 시 어떤 약이 조제됐는지 추적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게다가 2006년 임상약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1,000여명의 약사 중 95.78%가 대체 조제에 긍정적이지만, 소비자는 39.33%, 의사는 31.13% 만 긍정적이었다. 이는 국내 제네릭 약의 신뢰가 높지 않음을 보여준다.
생동성시험은 약 반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제어 가능한 모든 인자(나이, 성별, 유전적 개인차, 질병, 병용 약 등)의 영향을 없애고 제형 자체의 차이만 알 수 있도록 설계한다.
따라서 고령이고 여러 질병으로 여러 약을 병용하는 환자에게 부작용이 잘 나타나는 약을 복용하게 하거나 질병 치료를 위해 약 효과를 엄격히 조절해야 할 경우, 성분명 처방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서울대 의대 약리학교실 교수 장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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