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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불교 연구 세계적 권위자 곰브리치 옥스퍼드대 교수 방한 "윤리적인 삶 없이는 명상도 소용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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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불교 연구 세계적 권위자 곰브리치 옥스퍼드대 교수 방한 "윤리적인 삶 없이는 명상도 소용 없지요"

입력
2008.07.10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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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도덕적 품성의 향상이 초기불교 가르침의 기초였습니다."

초기불교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리처드 곰브리치(70) 영국 옥스퍼드대 불교학센터 교수가 방한해 동국대 국제하계대학에서 불교를 가르치고 있다. 팔리어로 된 초기 불경을 통해 알 수 있는 초기불교는 붓다의 순수한 가르침을 보존하고 있어 최근 한국 불교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8일 동국대에서 곰브리치 교수를 만나 초기불교의 세계에 대해 물어보았다.

"초기불교는 업(業)과 개인의 책임을 강조합니다. 한국불교의 주류인 선(禪)불교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소수 엘리트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초기불교는 모든 사람이 삶을 개선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개인의 윤리적인 삶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그는 초기불교가 학술적 연구는 물론이고 불교의 실천적인 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남방불교국가 스리랑카를 예로 들었다. "스리랑카 불교도들은 매일 아침 오계(五戒ㆍ불살생(不殺生) 등 신자들이 지켜야 할 5가지 계율)를 암송하고, 모든 학교에서 '자비경'을 암송하면서 자애명상을 합니다. 모든 사람이 오계를 지키는 것은 아니겠지만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요즘 한국불교에서는 누구에게나 명상을 가르치지만, 계를 지켜 도덕적인 품성이 어느 수준으로 갖춰지지 않으면 명상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 남방불교의 가르침이라고 한다. 스리랑카 미얀마 태국 등의 남방상좌불교는 초기불교의 한 분파로 옛 전통을 보존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남방불교를 소승불교라고 부르는 것은 매우 무례한 언어 사용이며, 대승불교의 경전에도 그렇게 부를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서구 학계에서는 소승이라는 말을 쓰는 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의 방한은 이번이 세 번째다. 1992년 첫 방문 때는 청도 운문사와 경주 불국사, 2004년에는 합천 해인사 등 여러 사찰을 둘러보고 한국 스님들을 만났다. 초기불교를 전공한 그에게 한국불교는 어떻게 비칠까.

"한국어를 모르기 대문에 한국불교를 안다고 할 수 없습니다. 교리상의 차이는 있고 오후불식(午後不食ㆍ정오 이후 식사를 하지 않음) 같은 계율을 엄격하게 지키는 남방불교 스님들이 저녁식사를 하는 한국 스님들을 보면 충격을 받겠지만 여러 사찰에서 본 스님들의 종교적인 생활, 진지함은 남방불교의 스님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불교와 다른 종교의 차이점에 대해 묻자 그는 "붓다에 따르면 우리 각자는 스스로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신이 우리가 한 일에 대해 책임을 져줄 수는 없습니다. 불교신자들이 이것을 믿으면 다른 종교와 큰 차이가 나지만, 이것을 믿지 않으면 그렇게 큰 차이는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또 요즘 일반 신자들이 명상을 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이전 세기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현상'으로 정신적인 성장을 위해 스스로 노력을 한다는 점이 다른 종교와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또 불교는 어떠한 폭력도 정당화하지 않는 비폭력의 종교라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든 인간사회는 폭력과 성(性)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관심을 가져왔다면서 불교는 이 둘 가운데 폭력의 문제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기독교와 이슬람은 성(性)에 너무 강박적인 반면 폭력에는 관대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슬람은 동성연애자를 살해하기도 합니다.

서구의 TV는 매일 사람이 다른 사람을 죽이는 장면을 내보내는데, 이것은 정신 나간 짓입니다. 내게 검열을 하라면 폭력적인 미국 영화나 드라마는 금지할 것입니다. 폭력이 더 큰 문제라고 보는 불교의 관점이 옳다고 봅니다."

그는 이번 동국대 강의에서 지난 10년간 서구 학계의 초기불교 연구에서 새롭게 발견된 사실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붓다는 자비희사(慈悲喜捨) 즉, 자애와 연민 등 선한 마음을 계발하는 선정(禪定)수행을 하면 주변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가르쳐 자비를 강조했다는 점, 불교의 핵심인 무아(無我)의 교리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에 의해 오해되고 있다는 점, 붓다가 말한 업, 즉 '카르마(karma)'는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 무수한 생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지속성이 강한 것이라는 점, 우리 삶과 모든 경험은 과정(process)이라는 것을 강조한 점 등을 발견해 낸 것이 최근의 성과라고 한다.

곰브리치 교수는 40여년간 옥스퍼드대에서 가르치면서 50여명의 박사를 길러냈다. 국내에서는 미산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황순일 동국대 교수 등이 그에게서 배웠다. 2006년에는 옥스퍼드 불교학센터(OCBS)를 세워 옥스퍼드대에 영구적인 불교학 교수 자리를 만들었다.

珂羞耐?경전을 연구하는 팔리경전협회(PTS) 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영국불교학회 회장이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서양미술사(the story of art)> 를 쓴 에른스트 곰브리치가 그의 부친이다.

그는 평생동안 불교 연구를 하면서 비폭력에 대해 더욱 자각하게 됐다면서 불교가 비폭력과 자비의 종교임을 거듭 강조했다. "권력이나 부를 소유한 사람보다는 도덕적인 삶을 사는 스님을 더 존경합니다.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불교적인 생활방식을 좋아하고 최대한 불교윤리에 따라 살아가려고 합니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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