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를 즐겨 먹던 친구가 ‘몸 생각’을 한다며 주식(主食)을 어패류로 바꿨다. 식사 약속이나 모임 장소로 일식당이나 횟집만 이용하고, 집에서도 생선구이 생선매운탕 생선조림 등을 즐겨 먹었다. 그러길 넉달여. 병원에 들러 건강검진을 했는데, 결과가 충격적이었다. 체내 중금속 농도가 기준치를 훨씬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건강검진을 맡은 의사 친구도 처음엔 영문을 몰라 머리를 싸매다 문진(問診)을 거듭한 끝에 친구의 식습관이 바뀐 것을 알고는 무릎을 쳤다. 그리곤 말했다. “그냥 골고루 잘 먹어라. 100% 몸에 좋은, 안전한 먹을거리라는게 있겠니, 이 친구야.”
도대체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먹을을거리가 얼마나 될까. 정말 완벽하게 안전한 먹을거리라는게 있긴 있는 걸까.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 두달 이상 진행되는 동안 광우병과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대화의 소재로 올릴 때마다 한번씩은 이런 문제 제기와 맞닥뜨렸다. 누구도 자신있게 “안전하다” “안전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는, 참으로 난감한 문제였다. 몸에 해로운 먹을거리는 만들지도 팔지도 먹지도 말아야 한다는 대명제가 건재함에도 말이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가 빅이슈가 된 지금, 매일 섭취하는 먹을거리에 대한 기자의 솔직한 생각은 “그리 안전한 것같지 않다”는 것이다. 동물적 생존 본능과 음식의 맛을 좇는 관성적 미각의 노예가 되어 먹는 행위를 이어가고 있지만 먹을거리의 생산ㆍ유통ㆍ판매과정을 직접 검증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소비자를 대신해 인체에 해로운 먹을거리를 걸러낼 완벽한 시스템이 구축돼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산 먹을거리들은 가짜 참기름ㆍ고춧가루에서부터 발암물질, 화학첨가물, 항생제, 트랜스지방 등 유해 성분과 칼날, 곰팡이, 볼트 등 각종 이물질 및 세균 검출에 이르기까지 수시로 유해성 논란을 일으켰다. 국내산은 물론 볼트와 기생충알이 나온 중국산 굴비와 김치, 살충제 잔류물과 잔류 허용치 이상의 다이옥신이 검출된 뉴질랜드산 쇠고기와 칠레산 돼지고기 등 외국산도 안심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한우도 안전 문제에 관한 한 그리 자유롭지 않다. 본보가 식품의약품안전청 연구용역 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2006년 기준으로 국내 소 한 마리에 사용된 항생제는 평균 140g으로 추산됐다. 더구나 가축에 대량 투입되는 항생제 중 상당수가 사람도 복용하는 인수(人獸) 공용 항생제였고, 이 경우 항생제 내성 세균의 등장을 유발해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게 보고서의 지적이었다.(본보 6월 5일자 11면)
이런 상황에서 촛불집회를 주도하는 시민사회단체들에게 기대되는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먹을거리의 안전성을 완벽히 담보할 수 있는 법 체계와 시스템을 정부로부터 확보해내는 일일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와 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을 계속 켤지, 아니면 여기서 끌지를 결정하는 것은 시민사회단체들과 참가 시민들의 자유 의지에 달린 문제다.
그러나 적어도 ‘정권 퇴진’등과 같은 실현 불가능한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촛불집회에 집착하기 보다는 유해 성분 범벅인 식품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들도록 정부와 국회를 압박해 결과를 끌어 내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이야기다. 정부가 강경 대응으로 나왔을 때 평화적인 집회와 시위로 허를 찌른 것처럼, 정부보다 한발 앞서 가는 촛불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황상진 사회부장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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