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됐든 빨리 주인을 찾아야만 경영 정상화가 가능합니다. 이러다 적기에 투자를 못해 3등 조선업체로 굳어질까 두렵습니다.”
“남의 돈 빌려서 사업하다 망한 회사인데, 이번만큼은 돈 많은 기업이 인수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7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의 옥포조선소. 선박조립을 위한 골리앗 크레인이 굉음을 내며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조선업이 사상 최대 호황이라더니, 작업장 곳곳에서 활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직원들 눈빛에선 장밋빛 미래보다는 연말로 다가온 ‘매각’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작업장을 벗어난 자리에서는 어김없이 삼삼오오 모여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이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현장 직원들은 일단 새 주인을 빨리 찾아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었다. 대우조선해양의 한 임원은 “2001년 워크아웃 졸업 이후 독립경영을 해오며 상당한 성과를 이뤄냈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라며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주인이 나타나야 미래에 다가올 불황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허가를 받지 못해 유럽의 유람선 제조업체 아커야즈를 놓친 뼈 아픈 기억이 있다”며 “이뿐 아니라 도크 확장 등 생산설비를 늘리는데도 한계가 있어 성장기반을 잃어버리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앞선다”고 토로했다. 현장 직원들도 “지금과 같은 호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만큼 회사를 안정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새 주인이 빨리 와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인수 후보를 놓고는 갑론을박이 치열했다. 직원들은 재무적 안정성을 1순위로 꼽으면서도 인력 구조조정에 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선박생산부의 김모(45)씨는 “IMF사태로 동료들이 직장을 떠나고 월급도 제대로 못 받는 상황에서 회사를 이 정도로 키웠다”며 “이제는 회사를 성장을 시킬 수 있는 돈 많은 기업이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도장부의 이모(41)씨도 “남의 돈 빌려서 인수하려는 기업에 팔 것 같으면 차라리 팔지 않는 게 낫다”며 “그 동안 장사해서 빚 갚느라 시간을 다 보냈는데, 또 다시 그런 회사가 된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블록조립부의 한 직원은 “어차피 인수 후보군이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인 만큼, 차라리 경영진의 의지가 강한 곳에 인수되면 복지후생이나 고용안정 면에서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많다”고 전했다.
그 동안 매각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해온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매각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세종 노조위원장은 “장기 비전을 제시하는 기업과 연기금 등 국내의 장기적 재무투자자들이 인수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향후 매각조건에 대한 노조 입장을 산업은행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력 매니지먼트가 중요한 조선사업의 특성상 기업문화도 매우 중요하다”며 “오너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무차별적 인력 구조조정을 해온 기업, 그리고 외국기업의 인수에 대해서는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식경제부와 산업은행은 8일 대우조선해양의 방위산업 부문과 민간 부문을 통합 매각하고 외국기업의 참여를 배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는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라 외국인이 방위산업체 주식 10% 이상을 취득할 경우 지경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방위사업법상 방산업체 매각 때는 외국인 투자기업의 주식 취득 여부를 지경부 장관이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른 것이다.
거제=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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