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가는 자리마다 ‘경제 횃불론’을 역설하고 나섰다. 초 고유가 등으로 세계 경제 상황이 위험지대로 진입 중이라는 경고가 고조되고 우리도 예외일 수 없는 만큼, 국민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경제 살리기의 횃불을 높이 들자는 것이다.
이 얘기는 두 달 이상 계속된 쇠고기 촛불시위에 대한 자제 요청이나 불법 폭력적 양상에 대한 엄정대처 방침과 맞물리면서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회복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어제 공공부문 승용차 홀짝제 도입 등 고유가 위기관리 1단계 조치를 앞당겨 시행한 것도 경제난국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실 우리 경제는 이 정부가 개념 없이 자초한 쇠고기 함정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이에 안팎에서 거센 파도를 맞고 표류해왔다. 정부가 신앙처럼 떠받들던 ‘7ㆍ4ㆍ7 MB노믹스’를 공식 폐기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작금의 문제를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다. 일각에선 정부가 촛불시위를 잠재우려고 위기를 과장하고 책임을 떠넘긴다고 비난하지만, 지금 우리 경제는 그런 음모적 시각을 받아들일 만큼 건강하지 못하다.
그렇다고 대통령의 횃불론에 선뜻 수긍이 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로 어떤 전략을 짜서 어떤 비전을 이뤄내겠다는 실천적 내용을 찾기 힘들고, 결국 대통령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일이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려우니 힘을 합쳐 어려움을 헤쳐나가자, 과거 두 차례의 석유위기와 외환위기를 극복한 지혜와 의지라면 못 이룰 일이 없다는 등 동어반복적 슬로건에 감동할 국민은 없다.
이 대통령이 진정 국면 타개책이나 민심 호도용으로 횃불을 든 게 아니라면, 촛불민심을 세심하게 배려하면서 국회든 기업이든 노동계든 서민이든 현장에 더 가깝게 다가가야 한다. 촛불시위가 한 고비를 넘겼다고 판단될수록 거기에 담긴 뜻을 잘 헤아려야 정책 리더십을 되찾을 수 있다. 500여만 표의 표차로 승리한 정권은 이제 없고, 촛불민심으로 새롭게 태어난 정권만 있다고 생각해야 경제횃불론이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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