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외계 생명체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화성에 탐사선을 보낸 지 30년이 넘었다. 불사조처럼 12번째 화성탐사에 나선 피닉스의 핵심 미션은 물을 찾는 것이다. 과연 이번 기회에 화성에서 생명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지, 최근 피닉스의 활동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생명의 천국’인 지구에는 생명체의 필수 요소인 액체 상태의 물이 풍부하다. 지난해 8월 발사된 피닉스호가 9개월 동안 7억㎞의 장정을 거쳐 둥지를 튼 곳은 물의 흔적이 발견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화성 북극권의 '얼음 지대'이다. 태양전지로 작동하는 로봇탐사선인 피닉스는 향후 3개월 동안 로봇팔로 화성 표면을 1m 깊이까지 파게 된다. 피닉스는 자체 화학분석장치를 보유한 ‘현지 실험실’로 채취된 화성 흙을 즉석에서 분쇄한 후, 고온으로 가열해 물이 증발하는지 여부를 직접 확인한다.
화성은 지구와 가장 닮은 행성이다. 화성에는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높고 지구와 가까워 인류의 끊임없는 호기심과 연구의 대상이 되어 왔다. 한동안 화성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1898년 발표된 H G웰스의 공상과학소설 <우주전쟁> 등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화성 하면 기묘하고 다양한 모습의 고등생명체가 우선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인류는 몇 차례의 화성탐사를 통해, 황폐한 사막 모습의 화성 표면에서 고등생명체보다는 이제 겨우 물의 흔적을 찾고 있는 단계이다. 우주전쟁>
사실 생명체가 존재하려면 물 이외에도 적당한 온도, 강하지 않은 자외선 복사선, 풍부한 유기물 재료 등 다양한 조건이 만족되어야 한다. 그러나 화성의 환경은 지구 남극보다 낮은 표면 온도, 대부분 이산화탄소로 이루어진 미약한 대기, 아직 발견되지 못한 생명체의 재료 등 생명의 요람이 되기에는 너무 척박한 현실이다.
하지만 화성도 초기에 바다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화성 지하의 얼음과 염분 축적물에 지금도 원시 생명체가 숨어 있을 가능성은 있다. 피닉스는 짧은 탐사 활동에서 벌써 얼음의 존재를 어느 정도 확인하였고, 화성의 흙이 약알칼리성이고 다양한 미네랄이 함유돼 생명체가 자라기에 적합하다는 것을 알아내는 등 진전을 보이고 있다. 피닉스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화성에서 고등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할 확률은 극히 낮다.
그렇다고 광대한 우주에 고등생명체가 우리뿐이라고 쉽게 단언할 수는 없다. 조디 포스터가 주연한 대표적 과학공상영화 <콘택트(contact)> 에 거대한 과학탐사 프로젝트인 SETI가 소개되었다. 우주의 수많은 별들 중 어느 행성의 고등 문명에서 보낼지 모르는 미약한 신호를 탐지하여 지적 외계생명체의 존재를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콘택트(contact)>
지난 40년 간의 SETI 탐사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 외계생명을 찾기 위한 대장정은 우주적 차원에서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는 아직 ‘광대한 우주의 극히 일부를 아주 짧은 동안만 간헐적으로 관찰’하고 있을 뿐이다.
태양계를 탐구하기 시작한 지 300여년의 역사 속에서 외계생명체의 가능성은 항상 대중의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이슈였다. 피닉스를 포함한 지난 30년 간의 태양계의 집중 탐사와, 이어지는 흥미로운 발견은 외계생명체 연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제 과학자들은 태양계 내에 지적인 외계생명체가 도처에 깔려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접고 있다. 그러나 지금 화성에서 열심히 땅을 파고 있는 피닉스가 단지 미생물이라도 생명체 또는 과거에 살았던 생명의 흔적을 발견하는 데 성공한다면,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김승환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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