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우 어디에도 치우치거나 기울지 않는 이른바 중도 성향은 한국 사회에서 정치적으로 무당파, 실용파로 볼 수 있고 선거 때는 중립층으로 표현되곤 한다.
한국사회에서 중도세력의 분포는 정치 상황에 따라 신축성을 보이지만 대체로 30%대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중도세력의 변화양상에서 보이는 일정한 패턴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미디어 리서치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3년 이후 중도 세력이 약화했던 때는 지난 2004년 4월과 지난해 12월 대선 정국이다. 특히 2004년 4월은 노무현 대통령의 국회 탄핵으로 한나라당 등 다수당의 국회 전횡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심했다.
반면 지난해 대선 정국은 386정치로 표현되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형태에 대한 국민적 염증이 심해지던 때다. 이는 중도 성향의 국민들이 중대한 정치상황이 오면 때론 진보적 입장을, 때론 보수적 자세를 분명하게 드러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탄핵 정국 때는 국민의 진보적 성향(40.5%)이 급격히 증가한 반면 중도 성향은 최저 수치(30.5%)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선정국에서는 보수적 성향(40.9%)이 크게 증가한 반면 40% 이상 대에 이르던 중도 성향(33.5%)은 축소되는 경향을 띤다.
하지만 2006년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이후 한반도 정세의 악화 및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보수진영의 비판이 가중되던 시기에 중도세력은 48.5%로 거의 절반에 육박했다.
이는 작게는 대북정책, 크게는 정책의 방향에 대해 중도세력이 어느 한 쪽으로 쏠리지 않고 판단 유보적 자세를 취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이로 미뤄 보수나 진보는 정치적 입장과 이념적 좌표로 정책과 사회현상을 접근하고 중도는 정책이나 사회상황 그 자체의 긍정적, 부정적 상황을 평가해 정치적 입장을 정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중도는 과정과 결과를 중시하며 미리 입장을 정해버리는 진보, 보수보다는 판단과 선택이 신중해 정치적 극단주의를 완화하는 완충지대로서 기능해 왔다.
하지만 한국의 중도세력이 중대한 정치 상황기에 입장을 분명히 하고 특정 정책과 정치세력에 대한 호ㆍ불호를 명확히 해온 것이다. 정치적 선명성을 뚜렷하게 드러내지 않지만 중요한 시대 상황기에 입장을 분명히 함으로써 정치 사회적 변화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게 한국의 중도다.
정진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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