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그리드 베탕쿠르 전 콜롬비아 대통령 후보가 무사히 구출된 것은 미국 정부가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에 수천만달러를 건넨 결과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항간에 알려진 영화에 나올법한 완벽한 구출 작전은 실은 FARC의 묵인하에 각본에 따라 행해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AFP통신은 4일 스위스 라디오 방송을 인용, "미국 정부가 잉그리드 베탕쿠르와 3명의 미국인 인질 등 모두 15명이 풀려나는 과정에서 2,000만 달러(약 200억원)를 몸값으로 제공했다"며 "콜롬비아 정부군이 주도한 작전은 몸값 거래를 감추기 위한 위장"이라고 보도했다.
프랑스로어로 송출되는 이 라디오 방송은 "인질들을 감시하던 FARC 요원의 부인이 콜롬비아 정부군에 체포됐다가 중재자 역할을 맡았다"며 "이 부인의 남편도 미 정부와 콜롬비아 정부에 전향했다"고 밝혔다. 또 스위스, 프랑스, 스페인 정부가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의 대리인 자격으로 FARC측과의 중재에 나섰다고 이 방송은 덧붙였다.
이는 콜롬비아 정부군이 치밀한 계획에 따라 베탕쿠르를 포함한 인질 15명을 구출했다는 주장을 뒤짚는 것이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콜롬비아 정부군 소속 비밀요원들이 FARC에 침투해 반군을 속이고 인질들을 구출했다고 보도해왔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 베탕쿠르 구출 미국개입 엇갈린 반응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에 6년 간 억류되어 있던 잉그리드 베탕쿠르 전 콜롬비아 대통령 후보의 구출작전에 미국이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를 두고 말이 엇갈리고 있다.
미 백악관은"구출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지만, 우리가 허가를 해 준 적은 없고 미국의 허가가 필요하지도 않은 일"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브라이언 화이트맨 미 국방부 대변인도 "작전은 처음부터 끝까지 콜롬비아군이 수행했으며, 미국과의 정보 공유도 없었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보고타 주재 미국 대사인 윌리엄스 브라운필드는 "워싱턴이 기술적인 지원을 했다"고 말했다. 군과 정보기관도 생색내기에 나서고 있다. 미 남미 사령부의 대변인인 윌리엄 코스텔로 중령은 "지난 5년 동안 3,600여 회에 이르는 정보 수집, 감시, 정찰 활동을 했고, 이를 위해 무려 2억5,000만 달러를 투입했다"고 밝혔다. FBI 대변인인 리처드 콜코 역시 "중재를 위해 수 많은 요원들을 보고타로 침투시켰다"며 "인공위성이나 지상 정찰 등을 통해 이미 지난해 인질의 위치를 알아냈다"고 언급해 미국인 인질 3명과 베탕쿠르의 구출을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했음을 강조했다.
베탕쿠르, 곧 교황 만나
베탕쿠르는 4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를 방문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고, 조만간 바티칸을 방문해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알현한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날 파리 서부 빌라쿠블레이 공군기지로 나가 직접 베탕쿠르를 맞이한다고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은 밝혔다.
최지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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