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에 감춰진 설득의 논리는
[논제]
1. 제시문 (가)의 ⓐ ‘방식’과 (라)의 ⓑ ‘방식’의 의미가 어떠한 것인지 밝힌 후, 이것이 문제 삼고 있는 바를 설명해 보시오. (400자 이내)
2. 제시문 (나)의 광고〈자료1〉과〈자료2〉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제시문 (가)와 (다)를 참고하여 해석해 보시오. (600자 이내)
[제시문]
(가) 광고는 경제적 측면 외에도 언론 및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언론과 관련해서 생각해 보면, 광고는 각종 언론사의 재정을 뒷받침함으로써 시민들이 적은 비용으로 다양한 정보를 얻고 오락을 손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며, 정치권력으로부터 언론의 독립을 지킬 수 있도록 한다.
그렇지만 이는 동시에 광고주의 언론에 대한 영향력이 강화됨으로써 광고주에 유리한 보도 관행이 만들어지고, 광고 유치에 적절하도록 오락성과 선정성이 강화되는 ⓐ방식으로 매체 자체의 편성 방향이 정해진다는 문제점도 지닌다.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 보면 광고는 소비자에게 각종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며, 문화적 취향을 공유하며 생활 속에서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는 기능을 한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광고는 단순히 상품 자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미를 창출해 내고 있다.
즉 광고는 상품을 소비자에게 매력 있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 다양한 의미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유식 광고에서 이유식은 ‘엄마의 사랑’을, 휴대폰 광고에서 휴대폰은 ‘신세대의 사랑’을 나타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를 통해서 광고는 자본주의 사회의 소비 이데올로기를 부추기고 가치를 획일화한다는 문제점도 지닌다. (......) - 이석주 외, [대중매체와 언어]
(나)
<자료1, 기업 패션 광고>자료1,>
<자료2, 외국 야생동물보호 공익광고>자료2,>
(다) 소비 대중 사회의 광고는 시각 문화의 징후를 드러내는 가장 대중적인 예술작품이 될 수도 있다. 일찍이 앙드레 말로가 제창했던 ‘벽 없는 미술관’의 개념을 현대의 광고가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주위를 둘러 보라! 광고로 도배된 이미지 덩어리가 우리의 생활을 지배하고 있다.
이름만 붙이면 그대로 미술관이 되는 광고의 가상 미술관 속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우리의 생활 공간은 다름 아닌 거대한 광고 미술관이며, 우리는 그 미술관 속에서 밥 먹고 사랑하고 잠자고 꿈꾼다.
우리 주변에 ‘벽 없는 미술관’이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지만, 우리가 그 속으로 자주 드나들지 않고 그 속에서 자주 놀지 않으면,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천 길 광고 속은 영영 모른 채 소비 대중 사회의 겉모습만 보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광고 텍스트의 의미는 광고 창작자의 손을 떠나는 순간 수용자의 감수성에 따라 각각 다르게 해독된다.
이제 광고 수용자를 배제한 광고에 대한 모든 논의는 허깨비나 마찬가지다. 수용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을 때만이 비로소 광고의 의미 구조는 완결될 수 있다. 우리가 ‘벽 없는 미술관’으로 자주 산책을 나가야 하는 까닭은 바로 이 때문이다. - 고등학교 [독서] 교과서
(라) 매체 영상의 홍수로부터 후퇴하여 옛날 그림으로 돌아가는 것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전진하여 새로운 영상으로 나아가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 시각적 영상의 홍수에서 매우 놀랄만한 것은 다음의 세 가지 순간들이다.
즉, 영상들이 그 수용자에게 접근이 불가능한 곳에서 창조된다는 것, 모든 수용자의 견해를 동일하게 만든다는 것, 그리고 이때 시각적 영상은 수용자들을 서로 간에 장님으로 만들고 이때 우리가 미디어(우리의 감각을 포함해)를 통해 수용하는 모든 기타의 정보보다 더 현실적으로 작용하게 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 순간은 우리가 매체를 통한 영상들에 대해 책임감이 없으며, 모든 답변에 무능력하게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두 번째 순간은 이때 우리가 멍청해지고 대중화되며 인간적인 접촉을 상실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세 번째 순간은 우리가 거의 대부분의 체험, 지식, 판단과 결정을 영상 매체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고, 따라서 영상 매체에 실존적으로 종속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이 사안을 좀 더 가까이 관찰하면, 우리는 세 가지 경악할만한 순간들이 영상 자체 내에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영상 매체의 수용자에 도달하기 위해 시각적 영상들이 연결되어 있는 ⓑ방식 안에 들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이 경악은 ‘커뮤니케이션 구조’ 속에 들어 있거나-이를 좀더 간단히 말한다면-물질적 혹은 비물질적 케이블 속에 들어 있다. 우리가 케이블을 전환할 수 있다면, 이 경악은 제거될 것이다. 그러나 이때 그럼으로써 영상 매체들 역시 변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게 된다. - 빌렘 플루서, [피상성 예찬]
* 제시문, 제시문 분석 및 논제 분석의 전문은 EBSi 논술방(www.ebsi.co.kr)에 게재
[제시문 분석]
(가) 제시문은 광고의 기능을 언론 및 사회 문화적 관점에서 논의하였다. 광고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오락적 기능을 부여하며 언론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광고는 소비의 조장과 함께 광고주의 이해관계와 영향력이 언론 매체에 그대로 반영되는 문제점도 있음을 밝히고 있다.
(나) 백인 아이와 흑인 아이가 포옹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자료 1> 은 인종평등주의와 인류 공동체라는 거창한 의미를 담고 있지만, 상업적 목적도 담고 있다. <자료 2> 는 세계 야생동물 기금협회(WWF)의 공익광고이다. 이 그림에는 바다사자를 인간이 신는 신발(부츠)로 만들기 위한 절개 패턴이 나와 있다. 인간의 이기심과 잔인함, 자연 환경 파괴를 경고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자료> 자료>
(다) ‘벽 없는 미술관’으로서의 광고는 예술성을 가지려고 노력하지만 기업가의 상업적 목적성이라는 제약도 가진다, 소비만을 위한 광고가 아닌 새로운 문화로서의 광고를 즐기기 위해서는 수용자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있어야 한다.
(라) 정보화 사회가 되면서 시각적 영상 매체가 쏟아지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수용자에게 매우 중요한 세 가지 문제점들을 던진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문제의 원인이 정보 매체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제하고 조정하는 사람의 전략적 구성 방식에 있다는 점이다.
[출제 의도]
현대인은 광고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텔레비전과 도시의 전광판, 달리는 지하철과 버스에서 쏟아내는 광고는 쉴 새 없이 우리의 눈길을 끌고 있다. 또한 인터넷 사이트의 현란한 배너 광고와 스팸 메일의 홍수 속에 수용자인 우리는 그야말로 시각적 마비와 혼란스러운 인식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 논제들은 광고의 기본적인 개념과 기능을 생각해보게 하는 논제들이다.
[논제 접근 방식]
[논제1]의 경우, 우선 제시문 (가)의 ⓐ ‘방식’과 (라)의 ⓑ의 ‘방식’의 숨겨진 의미를 해명해야 할 것이다. 광고는 기본적으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고전적인 의미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상업적인 본질도 가진다.
즉, 광고는 생산을 통한 사용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판매와 이익 창출이라는 본질적인 목적도 가진다. 그런 점에서 보면, 광고는 소비자의 욕망을 만족시키고 있지만, 그러한 가치의 이면에는 욕망을 부추기고 구매를 은근히 강요하는 소비 메카니즘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논제2]에서는 먼저 <자료1> 과 <자료2> 의 광고그림에 담겨 있는 의미를 읽어내야 할 것이다. <자료1> 은 어떤 기업체의 광고인데, 그 그림이 보여주는 바는 인종평등의 모습이다. 그리고 <자료2> 는 공익 광고로서 야생동물들을 인간이 파괴하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두 자료는 표면적으로 보면 모두 공익적 성격을 갖고 있다. 자료2> 자료1> 자료2> 자료1>
하지만 (가)와 (다)를 참고하면 이러한 표면적 해석은 달라질 수 있다. (가)에 의하면 광고가 사회문화적인 기능을 할지라도 기본적으로 기업의 상품을 사용하도록 권유하는 설득의 논리가 담겨 있다. 즉 <자료1> 은 <자료2> 와는 달리 인종과 국가를 초월한 상품으로서 누구나 구입해서 입을 수 있는 상품이라는 이미지를 계속 고양시킨다. 자료2> 자료1>
또한 (다)에 따르면 그러한 광고 이미지의 논리는 매우 효율적이고 지배적이어서 소비자로 하여금 어떠한 거부감이나 반발의 대응을 차단하는 것이다. 따라서 보다 적극적인 소비자의 비판적 안목이 요청됨을 결론적으로 부각시키면 좋다.
염재철.EBS논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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