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중앙은행(ECB)이 3일 물가안정을 이유로 기준 금리를 연 4.25%로 0.25%포인트 인상하자 미국과 일본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가 2.0%ㆍ일본은 0.5%에 머무르는 상황에서 ECB 금리 인상으로 금리격차가 더욱 확대되면서 미국 달러ㆍ일본 엔화 약세가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유가 고공행진에는 국제 결제통화 역할을 하는 미 달러 약세도 중요 요인이기 때문에 미 달러 추가 하락은 국제 유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해 가뜩이나 허약한 미ㆍ일 경제뿐 아니라 세계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이 우려는 즉시 시장에 반영돼 3일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145달러를 돌파했다.
그렇다고 미ㆍ일이 ECB를 좇아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도 없다. 물가상승 압력은 미ㆍ일도 유럽과 비슷하지만, 미ㆍ일의 경우는 경기회복이 더 시급하다. 미국은 이날 6월에만 일자리가 6만2,000개가 감소, 올해 상반기 총 43만8,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
미국 톰슨파이낸셜 뉴스는 “일자리 감소 통계 발표로 인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당분간 기대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영국을 방문중인 헨리 폴슨 미국 재무부장관은 “현재 세계경제의 가장 큰 위협요소는 신용경색보다는 인플레”라면서도 미국 금리문제에 대해서는 “미 연방준비은행의 저금리 정책을 지지한다”고 꼬리를 내렸다.
일본 역시 사정이 비슷하다. ECB의 금리 인상으로 유럽과 일본의 금리 차이도 7년 만에 최대로 벌어져 사상 최대 수준에 근접했다. 물가가 오르는 건 일본도 마찬가지다. 특히 원료가격 상승으로 기업의 경기전망도 계속 악화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행은 물가안정보다 경기회복을 중시해 가까운 시일 내에 금리를 인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4일 보도했다.
‘물가안정’과 ‘경제성장률 제고’의 갈림길에서 ‘유럽ㆍ미국ㆍ일본’의 3대경제 블록 중 유럽만이 물가안정을 선택한 것이다. 비록 최근 유럽 물가 상승률이 16년 내 최고치인 4%까지 치솟았다고 하더라도 ECB가 과감하게 금리를 인상한 것은 미ㆍ일보다 양호한 역내 경제상황 때문에 가능했다.
국내 경기침체로 함께 금리인상에 나서지 못하는 미ㆍ일은 유럽의 결정에 따른 부작용까지 감내해야 할 상황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유럽과 미국 금융정책 사이에 불협화음이 있다는 관측이 금융시장에 확산되면 달러의 급락, 원유가 상승의 부작용을 부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폴슨 미 재무장관은 최근 “달러 약세가 가속화하면 국제투기자금이 원유 등 상품 시장으로 옮겨가는 속도가 더욱 가속화 해 물가상승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간접적으로 ECB에 금리 인상 자제를 촉구했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모건스탠리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ECB의 금리인상과 미국의 6개월 연속 일자리 감소가 같은 날 발표된 것은 (물가상승과 경기침체를 동시에 대처해야 하는) 세계경제의 어려움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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