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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왼손이 만든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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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왼손이 만든 역사

입력
2008.07.07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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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 라이트 지음ㆍ송설희 등 옮김/말글 빛냄 발행ㆍ403쪽ㆍ2만,500원

“전 눈도 왼쪽 눈이 주시안인데다, 손도 왼손을 더 많이 쓰고, 발도 왼발을 쓰는 완전 좌파(?)입니다. 그럼에도 마우스랑 글은 오른손으로 쓰는데 이건 어릴 적 교육 때문도 있지만 아무래도 오른손이 아니면 불편한 사회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왼손잡이용 마우스의 광고는 어떤 이의 하소연으로 시작한다. 왼손잡이는 21세기 첨단 과학 분야에서도 ‘미운 오리 새끼’를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셈이다.

왼손잡이는 ‘정상’ 사회를 은근히 불편하게 한다. 비(非)왼손잡이들은 역사적ㆍ문화적으로 그들을 ‘이단’, ‘주변’, ‘터부’, ‘금기’, ‘왕따’, ‘소외’, ‘마이너리티’, ‘특이함’, ‘다름’, ‘다른 현상’, ‘비정상’, ‘희생양’ 등의 부정적 가치들과 연결해 가급적이면 그들을 배제하려는 심리적 협정을 맺어 왔다. 따라서 왼손잡이들은 만만치 않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모든 것들이 오른손잡이들을 위해 맞춰진 세계를 자신에게 맞도록 끊임없이 재해석해야 하는 그들이 아예 세상을 변화시키자는 욕망을 품게 되는 것은 차라리 자연스럽다.

불멸의 록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가 1969년 미국의 우드스탁 농장에 모인 수만명의 관객 앞에서 미국 국가를 모독하는 연주를 했을 때, 사람들은 통렬한 음악적 야유를 귀로 들으며 좌우가 뒤바뀐 두 손의 신들린 놀림을 눈으로 확인했다. 과연 왼손은 정상적 질서에 대한 도전이자 반기였던 것이다. 실제로 왼손잡이들은 “나는 좌파”라며 반농담의 말을 한다.

독일의 미학자 발터 벤야민은 “모든 결정타는 왼손잡이들이 날린 것이다”라며 그들에게 적극적 의미를 부여했다. 이 책은 결정타를 날린 왼손잡이들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왼손잡이인 이집트의 왕 람세스에서 미국 대통령까지 왼손잡이로 역사적 거물이 된 사람들의 삶이 분석된다. 그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장점을 발견하라는 설득이다. 각 단락의 말미에 집중 탐구된 자는 어떤 왼손잡이적 기질을 보였던가를 핵심 요약식으로 정리, 과학적 이해를 돕는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왼손잡이들이 현상 유지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사물을 본래의 인습적 용도보다는 새 용도로 개조해 내는 데 유독 재능을 보이는 그들은 현실을 위해 설계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기발한 전략으로 대승을 거둔 사례들이 제시된다.

철학자 니체는 왼손잡이 반항아의 사례를 극적으로 표출한다. 이성적 철학 체계에서도 논리적 접근법을 거부, 극단적 개인주의의 전형인 초인(Übermensch) 철학을 추구한 그는 육체적ㆍ정신적으로 황폐했다. 그의 극단주의는 왼손잡이의 위험성, 특히 왼손잡이가 정신분열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개연성을 입증한다. 그 사실은 역으로, 왼손잡이들이 오른손잡이보다 천재가 될 기회가 더 많다는 추정을 가능케 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칠 줄 모르는 원기 덕에 소설가, 강사, 저널리스트, 여행 작가, 광부, 인쇄공, 증기선 선장, 실패한 발명가 등을 전전한 마크 트웨인은 전형적인 왼손잡이 기질의 소유자였다. 지미 코니스, 존 매켄로, 나브라틸로바 등 왼손잡이 테니스 선수들은 1955~2004년 시즌 동안 그들이 선수층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웃도는 승리를 거뒀다. 특히 이민자, 동성애자 등 사회적으로도 예외적 존재이기도 했던 여자 선수 나브라틸로바는 화려한 고난도의 주인공이지만 라켓을 부숴버리는 등의 기행으로 별도의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책의 말미는 백악관의 왼손잡이들에 받쳐진다. 인구의 1할만이 왼손잡이인 미국에서 최근 대통령 7명 중 4명이 그들이다. 유력한 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마저 예외가 아니다. 조지 부시, 빌 클린턴, 로스 페로 등 세 후보가 모두 왼손잡이였던 1992년 대선은 그 절정이었다.

독자들이 이 책의 시각에 모두 동의할지는 의문이지만, 역사적ㆍ동시대적 거물들이 독특한 잣대로 해부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를 제공한다. 세상은 해석하는 자의 것이라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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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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