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모진 삶이었을 것이다. 석탄을 캐기 전, 정선 태백 삼척의 첩첩산중으로 들어와 숲에 불을 질러 화전을 일구었던 사람들. 어떻게 길 없던 이곳에 길을 내가며 찾아들어온 것일까. 밝은 세상을 등져야 했던 그 사연은 얼마나 깊은 것이길래.
■ 정선 백전리 물레방아
강원랜드에서 멀지않은 정선군 동면 백전리에 우리나라에 남은 것 중 가장 오래됐다는 물레방아가 있다. 삼척의 하장과 경계를 하고 있는 정선에서 가장 동쪽에 있는 마을이다. 백전리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1800년대 후반이라고 한다. 잣나무가 많은 이곳엔 상류인 용소에서 뿜어져나오는 물이 넘쳐나 그럭저럭 터를 잡고 살 만했다.
한창때 이 지역에는 6개의 물레방아가 돌았다고 한다. 지금은 150년 넘은 물레방아 하나만 남아있다. 직경 2.5m인 물레방아는 지금도 세차게 돌고 있다.
계곡 옆에 축대를 쌓아 수로가 만들어졌고, 그 물이 수차를 돌리는 에너지다. 넘치는 물을 빼기 위해 옆으로 물길도 나있다. 수로에서 수차의 굵은 축 위로 연결한 작은 막대가 이채롭다. 그 막대를 따라 흘러내린 물은 수차의 축이 계속 돌아가며 받는 열을 식히는 냉각수이자 축을 잘 돌게 하는 윤활유의 역할을 한다. 100년 넘게 물레방아를 돌아가게 한 선인들의 지혜다.
사북읍 연세병원 삼거리에서 좌회전, 412번 지방도로를 이용해 약 10㎞쯤 가면 백전리 물레방아로 안내하는 이정표를 만난다. 물레방아가든에서 우회전, 계곡을 따라 약 3.5㎞ 더 가면 된다.
■ 삼척 신리 너와마을
태백에서 통리를 지나 동해안의 원덕 호산으로 가는 길. 삼척시 도계읍의 신리 너와마을을 지난다. 화전민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형성된 산촌으로 백전리처럼 투박한 고향의 맛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은 불과 30, 40년 전만 해도 너와집을 짓고 살았다. 적송을 쪼갠 넓적한 나무를 기왓장 삼아 지붕을 얹고, 굴참나무 껍질인 굴피를 용마루로 올려놓고, 너와가 날아가지 않도록 돌과 나무기둥으로 지붕을 누르고 있는 집이다. 마을엔 옛 너와집 3채가 보존돼 지방문화재로 관리되고 있다.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하는 산골의 나무집인 까닭에 일반 농가와는 그 모양이 다르다. 지금의 아파트와 구조가 비슷하다. 한 채의 집 안에 안채 마루 부엌 마당 외양간 등을 모두 들여놓았다.
부뚜막 옆에는 불씨를 보관하는 작은 진흙아궁이인 ‘화티’가 있고, 안방 흙벽 모서리에는 등불 겸 화로 역할을 하는 ‘코클’이 있다. 마루 밑에 둥글게 파여진 웅덩이는 감자를 보관하는 곳이다.
1년생 싸리나무를 엮어 만든 채독은 좁쌀 등 수확한 곡식을 담는 기구. 좁쌀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소똥을 발라 말렸다. 통짜로 된 피나무의 속을 파서 만든 김치통도 너와집에서 볼 수 있는 이색 살림 도구다.
너와마을 주민들은 너와와 황토로 지은 4동의 너와펜션을 공동운영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너와마을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neowa.invi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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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ㆍ삼척=글ㆍ사진 이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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