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태양 아래 초록의 슬로프를 질주한다.
스키 플레이트, 스키 부츠, 폴 등 스키 장비는 그대로인데 바닥은 은빛 설원이 아닌 푸른색의 플라스틱 슬로프다. 슬로프 옆 사면을 가득 덮고 하얗게 만개한 샤스타데이지가 함박눈의 풍경을 대신할 뿐이다.
강원 정선의 하이원리조트가 올 여름 국내 처음으로 도입한 '서머 스키'다.
■ "설원에서 타는 것과 똑 같은 기분"
길이 250m, 폭 30m의 스키 슬로프에 특수 윤활성분이 함유된 프라스틱 바닥재를 깔고 스키와 보드를 타도록 한 시설이다. 자연설과 같은 0.06의 마찰계수를 실현, 눈이 없는 계절에도 설원에서 스키를 타는 것과 똑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바닥을 덮은 매트에는 칫솔모처럼 솟은 3㎝의 돌기가 빼곡하게 솟아 있다.
이 돌기가 스키의 턴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스키의 모서리 부분에 힘을 주면 돌기가 걸림돌 역할을 해 속도를 줄여주고, 방향 전환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매트에는 속도감을 살리기 위해 매일 친환경 소재의 윤활유를 뿌려준다.
스키 장비를 갖추고 슬로프 상단에 서자 마치 처음 스키를 탈 때처럼 겁이 덜컥 났다. 과연 눈 덮인 슬로프처럼 탈 수 있을까. 넘어지면 크게 다치는게 아닐까. 보는 사람도 많아 넘어지면 망신인데. 별의 별 생각이 끊이질 않는다.
"에이 모르겠다." 눈 질끈 감고 미끄러졌다. 우둘투둘 매끄럽지 않은 바닥이 불안했고, 플라스틱 바닥의 이질감과 미끄러질 때 나는 마찰 소리도 어색했다. 넘어지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에 겨우 몸을 추스려가며 엉거주춤 내려왔다.
두번째는 그새 적응이 됐는지 조금 자세가 나왔고, 세번째부터는 자신감도 붙고 재미가 나기 시작했다.
눈과 동일한 마찰계수를 실현했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눈에서의 느낌과는 달랐다. 눈에선 에지를 걸 때 주위의 눈이 감싸 제동을 돕지만 플라스틱 슬로프에선 그럴 수 없다. 에지를 줄 때 눈에서보다 좀 더 많은 힘이 필요한 이유다. 서머스키는 초급보다는 에지를 제대로 줄 수 있는 중급 이상의 스키어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듯하다.
스키보다는 보드가 더 어렵다는 게 중평이다. 넘어질 경우 플라스틱 바닥은 눈처럼 충격을 흡수해주지 않는다. 무릎, 손목, 팔꿈치 보호대가 필수다.
이용료는 2시간 기준 어른 1만원, 어린이 8,000원. 스키 장비와 보호대 등 렌탈이 포함된 가격이다. 강습은 1시간에 1만5,000원.
■ '터비 썰매'와 '알파인 코스터'까지
서머스키 바로 옆에는 튜브를 타고 내려오는 '터비 썰매'도 함께 운영중이다. 250m 길이의 코스를 튜브를 타고 빙글빙글 돌면서 내려오는 재미가 쏠쏠하다. 뒤집힘이 없어 안전하게 스피드를 만끽할 수 있다. 3회 이용권 어른 1만원, 어린이 5,000원.
28일에는 알파인 코스터도 문을 연다. 2인용 썰매를 타고 마운틴 허브에서 베이스까지 2.2km 구간을 레일을 타고 최고시속 40㎞로 질주하는 기구다. 10군데의 업다운과 트위스트, 그리고 2곳의 회오리 레일 코스 등을 통과한다. 어른 1만5,000원, 어린이 1만원. 알파인 코스터는 마운틴 허브까지 곤돌라를 타고 이동한다.
■ 현대성우, 용평에도 사계절 놀이기구
강원 횡성의 현대성우리조트도 지난 겨울 첫선을 보인 450m 길이의 봅슬레이 썰매 '빅 버스터'를 새단장해 개장했다. 봅슬레이 썰매는 S자로 굴곡진 좁은 코스를 튜브형 썰매를 타고 30~40km의 속도로 빠르게 내려오면서 즐길 수 있는 사계절 놀이기구다.
어린이용 썰매 '키즈버스터'는 '빅버스터' 옆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10m 길어진 170m로 새단장했다. 코스 굴곡 사이사이에는 나무를 심어 기분을 돋운다. 기존의 1인용 튜브 썰매를 2,3개씩 연결할 수 있어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도 좋다.
용평리조트의 마운틴코스터도 짜릿한 스릴을 맛볼 수 있는 스키장의 사계절 놀이기구다. 레드슬로프 정상에서 900m 코스를 30~40㎞의 속도로 질주하는 유럽형 산악썰매다. 제동장치를 조절해 스스로 속도를 제어할 수 있다.
정선=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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