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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북한 핵무기의 가격

입력
2008.07.07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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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주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측에 핵 신고 목록을 제출할 때 핵무기에 관한 구체적 내용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과연 몇 기나 되고, 제원은 어떤지, 어디에 보관하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 핵무기 조립장소도 영변 핵시설이 아닌 제 3의 장소로 추정되지만 이에 관한 정보가 없으며, 2006년 10월 핵 실험에 대한 상세한 정보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핵무기 제조에 들어간 플루토늄 양이 신고에 포함됐으니 대략적인 핵무기 수량 추정은 가능하다.

어제 일본 도쿄신문은 그 양이 26㎏이며, 기술 수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3~8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양이라고 보도했다. 문제는 이미 개발해 보유한 이 핵무기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북한이 핵시설과 프로그램은 폐기하지만 핵무기는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핵 보유국의 지위를 확보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은 하는 데까지는 해보겠지만 더 이상의 핵물질 생산이 불가능하도록 하고, 제3국으로 핵확산이 이뤄지는 것을 차단하는 선에서 타협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고목록에 없고 정보도 불확실

어제 미 의회 보고서를 인용한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는 이런 의심과 분석을 뒷받침할 수 있다. 미 의회가 내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북 핵시설을 폐기하고 사용 후 핵연료를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을 5억7,500만 달러(약 6,000억원)로 추산했다는 내용으로, 핵무기 폐기 예산에 관한 언급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6자회담 프로세스의 출발점이자 대원칙인 9ㆍ19공동성명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한다면 6자회담 전제가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북핵을 머리맡에 두고 살아야 하는 남한은 물론이고 일본과 중국도 동북아의 전략구도를 무너뜨리는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를 용인하기는 어렵다. 미국도 그렇게 쉽게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지는 않을 것이다. 구 소련지역에 적용된 핵무기 제거 프로그램인 넌 루가 법안을 원용해 북 핵무기를 제거하는 방안이 미 의회 차원에서 연구해왔다는 사실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북핵 신고에 핵무기에 관한 구체적 정보가 포함되지 않은 것은 북한이 핵시설 폐기와 핵무기의 폐기를 분리해 협상에 나섰고 미국도 이를 양해한 결과로 보는 것이 옳을 듯하다. 사실 북한 핵시설 폐기와 미국 등이 제공하는 보상에는 근본적으로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즉 핵시설은 한번 폐기하면 되돌리는 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지만 미국 등이 제재 해제나 관계정상화 등의 약속을 뒤집기는 매우 쉽다. 따라서 북한은 최종 목표, 즉 북미 및 북일 수교, 경수로 제공 완료 순간까지 담보 수단으로 핵무기만은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조만간 시작될 6자회담 3단계의 핵 폐기 협상 전망은 참가국 각자가 우려하는 리스크의 정도와 이를 줄여주는 신뢰 형성 여부에 달려 있다. 북한이 다른 참가국들을 불신하고 보다 확실한 보장을 요구하면서 핵무기 포기 시기를 늦추거나 또 다른 대안을 추구한다면 협상은 지지부진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파국도 배제하기 어렵다.

막연한 두려움이 되레 가격 높여

반대로 미국과 남한 등이 김정일 정권에 믿음을 주지 않고 핵무기 조기 폐기를 압박하면 북한의 위기의식, 북한이 체감하는 리스크를 증폭시켜 핵 폐기라는 궁극적 목표 달성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 우리사회의 광우병 소동이 잘 보여준 것처럼 막연한 두려움과 불신이 가져오는 대가는 매우 크다. 북한 핵무기에 대해 과도하게 두려워하거나 반응하면 그만큼 핵무기 값은 높아지고 처리 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북한과 나머지 참가국들은 서로 상대측의 우려와 두려움을 인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이 안아야 할 리스크를 일정 선에서 관리하면서 협상에 임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가장 작은 비용으로, 가장 이른 시일 내에 서로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계성 논설위원ㆍ한반도 평화연구소장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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