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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 의식 '자성 모드'… MB 등장하자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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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 의식 '자성 모드'… MB 등장하자 열기

입력
2008.07.04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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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대의원과 참관인 등 7,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자성'이었다. 예년의 들뜬 축제 분위기와는 확실히 거리가 있었다.

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후보들도 쇠고기 파동과 악화한 경제 등 달라진 시국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흘렀다. 전대 캐치프레이즈 '국민과 함께 한 걸음, 더 큰 걸음'는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그간의 비판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전대 오프닝 행사엔 일반 국민의 목소리를 담은 동영상을 시청하는 순서가 포함됐다. 정몽준 후보가 대표로 읽은 후보서약서도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 질책 역시 우리가 감내해야 할 사랑의 매임을 잘 알고 있다"는 말로 시작됐다.

이날 전대에는 재적 대의원 9,281명 가운데 7,554명이 참석했다. 만석을 기대했던 예상과 달리 2층 관람석엔 드문드문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당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 참석에 따른 출입통제 강화로 당원협의회에서 별도로 동원한 인원이 입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투표만 한 뒤 곧바로 떠난 대의원들이 적지 않아 오후 5시쯤 개표 결과가 발표될 때엔 관객석의 절반 가까이가 텅 비어 썰렁한 느낌마저 줬다. '박희태 대표론'이 일찌감치 확산되면서 정몽준 후보의 막판 선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인물, 치열한 경쟁에 대한 기대감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소 밋밋했던 전대에서 유일하게 열기가 느껴졌던 것은 오후 1시30분께 이 대통령이 입장했을 때다. 이 대통령은 당원들의 '이명박' 연호와 박수 속에 연단에 올라 축사를 했고, 연설하는 동안 총 16회에 걸쳐 박수가 터져 나왔다.

물론 후보들의 연설 대결과 장외 기싸움은 치열했다. 공성진 후보는 후보 입장 때부터 노타이 차림에 양복 윗도리를 벗고 소매를 걷어 붙인 채 나왔다. 젊고 패기 있는 후보임을 과시하기 위해서다. 그러자 이에 질세라 허태열 후보와 정몽준 후보도 웃옷을 내려놓고 와이셔츠 소매를 걷었다. 장외에선 박희태 후보 지지자들이 스파이더맨 슈퍼맨 배트맨 복장을 한 채 박 후보를 응원했고, 허태열 후보 지지자들은 기호 4번을 강조하기 위해 야구 복장을 하고 나왔다.

연설은 박순자 박희태 공성진 허태열 정몽준 김성조 후보 순으로 진행됐다. 연설 전엔 상대 후보의 칭찬릴레이 동영상이 방영됐다. 연설도 대체로 상대 후보에 대한 자극적 발언보다는 자신의 강점을 부각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박희태 후보는 "남들이 저보고 화합체질이라고 한다"며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정다운 오누이처럼 다정하게 손잡고 국정에 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화합의 시작"이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김성조 후보는 "특정계파에서 누구를 찍으라는 오더가 내려오고 있다. 각본대로 전대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친이명박계의 표결집을 비판했다.

정몽준 후보는 연단에 서자 마자 교통카드(T머니카드)를 들어보이며 "버스요금 잘 몰랐다. 참 송구스럽고 속상했지만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힐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버스요금 70원 발언'을 적극 해명했다. 유일한 여성 후보인 박순자 후보는 순위와 상관없이 최고위원에 선출된다는 점을 의식한 듯 "무임승차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힘없고 초라한 여성 최고위원을 만들겠느냐"고 지지를 호소했다.

대표가 신임 대표인 박희태 후보에게 당기를 전달하는 것을 끝으로 폐회했다.

김영화 기자 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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