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연구회 지음ㆍ홍성철 김주영 옮김/쿠켄 베스트 홈 발행ㆍ331쪽ㆍ1만2,000원
한국의 김치, 인도의 카레, 중국 쓰촨(四川)의 마파두부, 태국의 톰얌쿵은 모두 고추의 강렬한 매운 맛이 특징이다. 그러나 수백년 전만 해도 이 지역 사람들은 매운 맛을 몰랐다. 고추는 콜럼부스가 처음 유럽에 소개했지만 곧 잊혀졌고, 포르투갈인들이 브라질 동해안에서 고추를 발견해 배에 싣고 희망봉을 돌아 인도, 말레이 반도, 중국의 마카오, 일본의 나가사키 등으로 전했다. 조선에서는 왜구가 고추를 전했다고 해서 당시에는 ‘왜겨자’라고 불렀는데, 일본에서는 임진왜란 때 조선에 온 병사들이 일본으로 다시 가져갔기 때문인지 오히려 ‘고려후추’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세계 각국의 음식을 국내에서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요즘, 이 책은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의 식재료의 기원은 어디인지, 음식의 국적은 어디인지, 요리에 그 이름이 붙은 이유는 무엇인지 등 음식의 이면에 숨은 이야기를 알려준다. 식재료와 인류의 지혜가 녹아있는 전통음식들은 대항해시대 이후 세계 전역으로 전파돼 서로 섞이고 조합돼 새로운 음식문화를 낳았다.
음식의 역사를 추적하다 보면 인류의 역사가 눈에 들어온다. 18세기 아일랜드 농민은 1년 중 10개월은 감자와 우유로, 남은 2개월은 감자와 소금만으로 살았다. 1845년 감자밭에 입고병(立枯病)이라는 전염병이 돌면서 수년간 대기근이 이어져 100만명이 죽고 100만명은 각국으로 이주했다. 현재 미국 인구의 20%가 아일랜드계인데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도 이때 미국으로 이민간 아일랜드청년의 4대손이라고 하니 감자가 ‘세계사를 바꾼 작물’로 불릴만하다.
아메리카대륙이 원산지인 감자 토마토 고추 옥수수 강낭콩 카카오 바닐라 등이 세계로 전파된 과정, ‘프렌치 프라이’의 발상지는 프랑스가 아니라 벨기에이며, 카카오로 만든 초콜릿은 지금은 ‘먹는’ 음식이지만 원래는 ‘마시는’ 음료였다는 등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미국에서 중국요리의 대명사로 알려진 ‘찹스이(什碎)’는 청(淸)말의 청치가 이홍장이 즐겨먹던 요리였다. 이홍장이 가난한 친구의 집을 찾았을 때 친구 부인이 집에 있는 재료를 가지고 잘게(什) 썰어서(碎) 끓여 대접한 소박한 음식인데 이홍장이 외교관으로 나가있을 때 연회 때마다 반드시 준비하도록 해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일본의 역사학 문화인류학 등 연구자 7명의 모임인 21세기연구회가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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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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