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바둑/ 복면 프로 '또바기' 온라인 中 위세 평정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바둑/ 복면 프로 '또바기' 온라인 中 위세 평정

입력
2008.07.04 06:19
0 0

'복면 강호'들은 자신의 얼굴을 한 조각 가면으로 가리고 승부를 겨룬다. 복면 강호의 온라인 버전인 '인터넷 국제 기전'을 한국 선수가 접수했다. 인터넷 국제 기전 우승 소식을 3년 만에 물고 온 주인공은 과연 누굴까? 팬들의 궁금증에 삼복 더위가 무색할 지경이다.

지난 주 끝난 제 5회 동양종합금융증권배 타이젬 왕중왕전 결승 3번기에서 한국의 '또바기(P)'가 중국의 'huyiming'을 2대 0으로 꺾고 우승했다. 타이젬 왕중왕전은 우승 상금 3,000만원, 준우승 1,000만원으로 인터넷 기전 가운데 최대 규모이며 웬만한 국내 기전보다 상금이 많다.

동양종합금융증권배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한 것은 2005년 '☆보디가드' 이후 두 번째. 아이디에 영문자 P를 붙여 스스로 자신이 프로 기사임을 밝히는 프로 식별 아이디가 우승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동안 오프라인 기전에서는 이창호 이세돌 박영훈 등 한국 기사들이 타이틀을 휩쓸었지만 온라인 기전에서는 중국세가 맹위를 떨쳤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승리로 온라인까지 접수한 한국은 온 · 오프 라인을 통틀어 진정한 바둑 최강국으로 거듭난 셈이다.

이 대회에는 프로와 아마추어 구별 없이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 등에서 내로라하는 '복면 강호' 376명이 참가, 4월부터 두 달간 타이젬 서버를 통해 예선과 본선 경기를 치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국에서는 158명이 출전했는데 이 가운데 프로 식별 아이디가 무려 47명이나 됐다. 이 중 서봉수 9단은 아예 '서봉수'라며 완전 실명으로 출전, 눈길을 끌었다.

일반 아이디로 출전한 선수 중에도 상당수가 프로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70~80명의 국내 프로 기사가 참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엄청난 숫자다. 특히 인터넷 기전에 출전하는 프로들은 대부분 요즘 각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신예 강자로 추정되는 실정이다.

이제 온라인 기전도 단순한 이벤트기전이 아니라 당당한 공식 기전으로 위상을 높여야 할 때가 됐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는 형국이다.

그런데 이번 대회 우승자 '또바기(p)'는 과연 누구일까. 원래 인터넷 세상이란 오직 아이디로만 통하는 세상. 본인이 스스로 밝히지 않는 한 실명은 그냥 묻어 두는 게 관례다. 그래도 인터넷 강국 바둑팬들이 곱게 보고만 있을 리 만무하다.

재미삼아 한 번 추측해 보자면 일단 20대 초반의 신예 기사임은 분명하다. '야맛있다', 'whrh', '울아가(p)' 등과 함께 젊은 프로 기사들의 연구 모임인 소소회 자체 리그전을 통해 선발, 본선 32강전부터 결승전까지 중국 기사만 상대해서 6전 전승을 거둔 주인공이 바로 그임을 상기한다면 무게 있는 추정이다.

단체전으로 진행된 지난 3회 대회서 우승한 중국팀 선수 가운데 한 명이 2006년 TV바둑아시아선수권대회서 이창호를 꺾은 신예 강호 왕시임이 밝혀져 화제가 됐던 일을 상기해 보자.

이 대회에 출전하는 중국 선수들이 대부분 세계 정상급 프로라는 점을 감안하면, '또바기(p)' 역시 그 동안 다른 세계 대회에서 수 차례 본선 진출 이상의 성적을 거둔 국내 랭킹 10위권 안팎의 강자일 것이라는 추측이 그래서 나온다. 어쩌면 역대 세계 타이틀 홀더 가운데 한 명일지 모른다는 설도 있다.

타이젬서버를 통해 결승전 실황을 생중계 해설한 이민진 5단은 "일단 기풍으로 보아 실리파 기사인 것은 확실하다"며 "소소회 기사들 사이에서는 대충 '누구'라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확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타이젬 관계자도 가만 있지 않는다.

"원래 유저들의 개인 정보를 밝히지 않는 게 관례이고, 또 정체를 모두 까발린다면 실명 대신 아이디를 내세워 승부를 겨루는 인터넷 기전 특유의 재미가 반감된다"고 그는 거들었다.

"마치 가면 무도회처럼 어느 정도 상대의 정체를 알면서도 짐짓 서로 모르는 체 즐기는 게 인터넷 기전의 매력이 아니겠느냐"며 호기심의 불을 서둘러 끄려는 눈치다.

박영철 객원 기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