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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북시티 '고립된 섬'으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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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북시티 '고립된 섬'으로 전락

입력
2008.07.04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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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건축이 만나는 생태환경도시'를 표방한 파주 출판단지가 고립된 섬으로 변하고 있다. 대중교통 미비와 편의시설 부족 등 허약한 인프라 때문에 출판사들이 입주를 꺼릴 뿐 아니라 다른 곳으로 떠나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외 유명 건축가들이 설계한 건물들은 출판사 대신 인쇄소와 창고로 바뀌는 실정이다.

■ 출판사 건물이 인쇄공장과 창고로

지난달 27일 오후 경기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파주출판단지내 출판사 구역. 세련된 출판사 건물들이 눈을 즐겁게 하지만 단지 문턱에서부터'임대'벽보가 붙어있거나 인기척이 드문 건물들이 쉽게 눈에 띈다.

면적 200평, 높이 4층으로 반투명 유리장식이 인상적인 한 건물. 지난해 11월 사무실이 마포구 서교동으로 이사한 뒤로 관리인 혼자 넓은 건물을 지키고 있다.

노른자 위 부지에 위치하지만, 미처 정리하지 못한 책들이 쌓여있는 빈 사무실이 밖에서도 훤히 들여다보인다. 단지내 샛강 인근의 한 건물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2층 짜리 건물은 주변의 아기자기한 조각과 잘 어울리지만, 작년 말 이 건물에 세들어있던 업체가 이사간 뒤로 반년 넘게 건물 문이 굳게 잠겨있다.

현재 파주출판단지의 입주사는 128개사. 그러나 부지를 분양받고도 공사를 중단한 곳이 3곳, 첫 삽조차 뜨지 않은 곳이 6곳이다.

출판사 간판은 내걸었지만 사실상 인쇄소와 창고로만 쓰이는 건물도 꽤 많다. 집문당, 주택문화사, 청림인터렉티브 등 6,7곳은 인쇄공장과 창고로만 활용되고 있다. 초기부터 인쇄소 구역과 출판사 구역을 분리해 입주시켰지만 출판사 구역조차 인쇄소와 창고들로 야금야금 잠식당하고 있는 것이다.

■ 인프라 확충, 문화적 정책지원 절실

출판단지는 화려한 외관의 건물군(群)과 5,000명이 넘는 상주인구 등 외형상으로는 기반이 잡혀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교통ㆍ편의시설 등 기본 인프라가 부실해 직원들의 불만이 높다. 합정역-출판단지를 오가는 셔틀버스는 출퇴근시간을 제외하고는 1시간에 1대꼴에 불과하다.

3월부터 같은 구간을 오가는 광역버스노선이 신설됐지만 하루 3대 만이 운행된다. 출판단지 직원의 주요 거주지인 일산 신도시의 경우 이곳을 오가는 좌석버스가 있으나 20분 거리를 1시간이나 걸려 운행하는 곡선노선이기 때문에 찬밥신세다.

서교동에서 파주로 이사왔다가 4년 만인 지난해말 다시 서교동으로 사무실을 옮긴 김철응(48) 신원에이전시 대표는 "직원들 불편은 차치하고라도 업무특성상 출판사 사람들이 자주 왔다갔다해야 하는데 교통 불편으로 오려고 하지 않아 더 이상 있을 필요를 못 느꼈다"며 "건물을 짓는데만 10억원 이상 들었는데, 대출받은 이자를 갚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3년째 파주출판단지에서 근무하고 있는 창비 편집자 김소영(32)씨는 "작가, 기자, 출판인들이 편하게 오가며 대화를 나누고 아이디어를 교환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출판사"라며 "셔틀버스시간에 맞춰 허둥지둥 출퇴근하기 급급해 도대체 누구를 위한 출판단지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각종 편의시설도 열악하다. 병원, 은행 등 공공시설은 물론 상점도 찾아보기 어렵다. 출판단지가 법적으로는 공단으로 취급돼 공연장, 전시장, 북카페 등 유료문화공간의 운영이 불가능한 점도 문제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출판단지가 지금처럼 고립돼 있어서는 조성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며 "사무실만 모여있는 공간이 아니라 문화적상상력을 키우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단지자체의 문화자생력이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출판도시입주기업협의회 김춘식(40) 사무국장도 "문화컨텐츠로서 출판문화를 발전시키자는 조성취지에도 불구하고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파주 출판단지가 인쇄공장단지로 변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우려했다.

파주=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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