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삼삼오오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온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연초에 모 방송사에서 보도한 교육 다큐멘터리를 떠올려 봤다. 핀란드와 한국은 OECD 국제 학업성취도 비교 평가인 PISA에서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지만 그 교육 방법은 확연히 달랐다.
학생에 대한 지원을 기본으로 하는 핀란드와 무한 경쟁 체제인 한국의 상반된 명제 속에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이 양산되고 있다는 것에 전 세계가 놀랐다. 핀란드 아이들은 학교생활을 즐거워하고 배움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했지만 우리 아이들은 학교를 스트레스 집단으로 여기고 있었다.
최근 우리 교육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온 학생들의 의견은 교육을 경제 논리로만 판단하지 말고 정작 교육 당사자인 자신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달라는 것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들에 관심을 갖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자연스런 행위이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교육열 1위 국가지만 수업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교사들은 열악한 교육 환경과 업무 부담으로, 학생들은 입시 경쟁과 과도한 학습량으로 서로 괴로운 형편이다.
우리가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은 적어도 12년 이상으로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고 있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보낼 그 긴 시간을 보다 행복하고 즐겁게 만들어 주는 것이 어른들의 의무가 아닐까.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추억을 만드는 곳이다. 아이들은 또래들과 어울리며 자신을 사회화하고 삶의 방법을 터득해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학교가 보다 행복하고 즐거운 공간이 되어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고 싶은 학교, 지식의 습득으로 스스로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학교, 경쟁자가 아닌 친구들이 가득한 즐거운 학교, 인생의 멘토인 선생님들이 있는 따뜻한 학교가 되어야 한다.
‘교육백년지대계(敎育百年之大計)’라는 말이 있다. 교육계는 보다 긴 호흡을 가지고 교육현장의 이야기를 반영하는 정책 선정에 좀 더 신중을 기해 주었으면 한다. 지금 교육계와 우리 아이들이 겪고있는 고통이 보다 발전된 교육을 위한 성장통이 될 수 있도록 서로 소통하는 사회, 즐거운 학교, 행복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학교가 즐거워야 아이들이 행복하고,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이 행복해야 나라가 행복한 것. 단순하지만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절실한 명제다.
여현덕 사회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