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생명을 잉태했다는 임신의 기쁨 한편으로, 입덧으로 고생하는 임신부가 70%나 된다. 이 가운데 1%는 입원을 해야 할 정도로 심한 구토와 탈수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입덧은 임신 4주에서 16주까지 계속되며, 일부는 임신 기간 내내 증상이 지속된다. 임신 12~13주째 가장 심하다.
서양에서는 아침에 주로 발생한다고 해서 ‘아침의 병’(morning sickness)이라고 부르지만 실제 입덧은 임신부의 80%에게서 오전 오후에 상관없이 나타난다. 이 가운데 심한 구토로 인한 탈수, 몸무게 감소, 전해질 이상 등을 나타내는 경우를 ‘임신 오조(惡阻) 증후군’이라고 한다. 몸무게가 임신 전보다 5% 이상 줄어들거나 소변검사에서 케톤뇨증에 양성반응을 보일 때, 저칼륨혈증으로 판명되면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 입덧은 자연의 섭리?
입덧에는 다양한 원인이 작용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는 입덧이 태반에서 분비되는 융모막 호르몬과 관련이 있다는 것 정도가 알려져 있다. 즉 임신 시 태반에서 만들어진 혈청 융모막 호르몬과 에스트로겐이 입덧을 일으키고 전정기관, 소화기관에 작용해 구역질과 구토를 유발한다는 것.
인류학적 관점에서는 임신부가 초기에 입덧을 해 태아의 기관 발생기 동안 해로운 물질이 체내에 유입되는 것을 막는 ‘자연의 섭리’(영국 리버풀대 크레이그 로버츠 박사)라는 의견도 있다. 또한 최근에는 입덧이 음식에 있는 위 기생충과 독소로부터 임신부와 태아를 보호하기 위한 신체 반응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유난히 입덧이 잘 생기는 임신부는 천식이 있거나, 고지방 음식을 먹거나, 스트레스에 시달리거나, 입맛이 까다롭거나, 이전 임신 시 입덧을 앓았거나, 소화계통의 질환이 있거나, 호르몬 약에 민감하거나, 알레르기가 있거나, 편두통에 시달리는 사람이다.
입덧이 심하다고 해서 임신부가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것만으로 태아 발육에 이상이 생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입덧이 심해지면 탈수, 어지럼증, 두통, 빈혈, 저혈압, 빈맥, 극도의 피로감, 황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입덧이 너무 심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소변검사나 혈액검사를 통해 다른 질환의 유무를 알아보아야 한다.
■ 종합 비타민이 예방에 도움
임신 전부터 비타민B6가 포함된 종합비타민제를 복용하면 입덧을 줄일 수 있다. 임신 중이라면 위를 자극하는 기름지거나 매운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고,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식사량은 하루 세 끼를 나누어 소량씩 자주 먹음으로써 가급적 공복 시간을 줄인다. 식사는 한 스푼을 먹고 기다려 괜찮으면 다음 한 스푼을 먹는 식으로 천천히 하도록 한다. 생강차나 생강을 정제한 식품보조제가 입덧을 줄여주기도 한다.
심한 입덧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라면 손목에 시계처럼 착용하는 입덧 방지 밴드가 도움이 된다. 이 밴드는 손목을 지나가는 정중신경을 자극해 뇌를 통해 항진된 위 운동을 감소시킨다.
몸무게가 3㎏ 이상 빠지면서 탈수 증세까지 동반되면 입원해 수액으로 부족한 영양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 임신 중에 안전하게 입덧 증상을 완화해주는 약도 있으므로 의사의 처방을 받아 복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20주가 지나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다른 위장관 질환에 의한 것일 수 있으므로 내과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 규칙적 수면과 운동을
현기증과 두통도 임신 초기에 흔한데 이는 대부분 임신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때문이다. 현기증은 입덧 때문일 수 있지만 빈혈로 인한 현상일 수도 있어 혈액검사에서 빈혈로 확인되면 초기부터 철분제를 먹는 것이 임신부와 태아의 건강에 좋다.
그러나 빈혈이 없다면 초기에는 굳이 철분제를 먹지 않아도 되며, 철분제 자체가 소화장애와 변비를 일으켜 더 힘들게 할 수 있으므로 입덧이 가라앉은 임신 4개월부터 먹는 것이 좋다.
임신 시 두통은 머리 양쪽을 누르거나 죄는 것 같은 긴장성 두통이나 편두통으로도 올 수 있다. 시기는 입덧과 비슷하게 임신 초기에 심하다가 4개월쯤부터 호전된다. 두통을 예방하려면 세 끼 식사를 거르지 말고 제때 해야 한다. 혈당이 감소하면 두통이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카페인, 타이라민 함량이 높은 치즈, 초콜릿, 귤, 우유와 유제품은 삼가야 한다. 먹을 때 두통이 심해지는 음식도 피해야 한다.
규칙적인 수면과 운동이 두통 완화에 도움이 된다. 운동은 하루 30분~1시간 정도 가벼운 걸음으로 걷는 것이 좋다. 두통이 개선되지 않으면 타이레놀을 먹어도 된다. 타이레놀은 임신 전반기에 걸쳐 태아 건강의 위험성을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입덧과 마찬가지로 두통과 현기증이 임신 4~5개월이 되어도 호전되지 않고 더 심해지면 임신상태와 무관한 귀 안의 전정기관이나 신경계 질환일 수 있으므로 이비인후과나 신경과의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권대익기자 dkwon@hk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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