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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미 정상회담, 왜 이런 결례를 당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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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미 정상회담, 왜 이런 결례를 당하나

입력
2008.07.03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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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미국측은 어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8월 초 방한 일정을 우리와 사전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언론에 공개했다. 지난달 25일에는 부시 대통령의 7월 방한 일정 취소를 우리와 상의 없이 발표해 큰 논란을 빚었다. 우리 정부가 미국측에 얼마나 얕보였으면 열흘도 안 되는 사이에 이런 일이 연거푸 벌어지는가 하는 자괴감을 금할 수가 없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미측 담당자의 단순한 실수라며 외교적 결례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국장이 내주 초 선진 8개국(G8) 정상회담 기간에 열리는 부시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정상회담 관련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하다가 실수로 부시 대통령의 방한 일정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이 설명대로라면 미국측이 의도적으로 외교 의전을 어겼다고 보기 어렵다는 청와대측 해명이 맞을 수도 있겠다. 미국측은 외교 경로를 통해 우리측에 유감의 뜻을 표명했고 청와대측은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단순한 실수로 넘겨 버리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적지 않다. 미국측이 지난달 부시 대통령의 7월 방한 연기를 일방적으로 발표했을 때 논란이 많았고 우리 정부도 나름대로 유감을 표시했을 터이다. 그런데 불과 얼마 안돼 비슷한 실수를 또 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미측이 쇠고기 문제에 대한 불만을 이런 식으로 표출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최근 미국 유력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백악관이 더 이상 이명박 정부에 감동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청와대나 백악관측의 설명대로 의도된 결례나 실수는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측이 우리 정부와 국민을 얕잡아 보지 않았다면 외교 관례에 맞지 않는 사태가 연거푸 일어날 리 없다. 여기에는 이명박 정부의 책임도 크다. 균형감을 갖고 일정한 긴장을 유지하면서 미국에 다가갔더라면 이렇게 만만하게 대우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8월 한미정상회담에서만은 국가적 자존심에 상처가 나는 일이 없도록 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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