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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할레드 호세이니, 그리고 이미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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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할레드 호세이니, 그리고 이미륵

입력
2008.07.03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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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은 우리에게 지리적으로는 물론 정서적으로도 가까운 나라가 아니다. 아니, 어쩌면 지난해 인질사건으로 인해 일부 국민은 적대적 감정까지 가지고 있을 듯하다. 척박한 땅, 전쟁과 테러의 광기, 기아와 혼돈이 이어져 온 나라... 아프가니스탄 하면 이러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것은 필자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아프가니스탄 출신 작가의 소설 두 편이 아프가니스탄을 한번쯤 여행해 보고 싶은 매력적인 나라로 바꿔놓았다.

고난의 역사 속에 빛나는 문화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는 카불에서 태어났으나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후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망명하였다. 의대에 진학하여 의사가 된 그는 의사로 활동하면서도 아프가니스탄을 소재로 한 <연을 쫓는 아이들> 과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이라는 두 편의 영문 소설을 썼다. 그리고 이 소설들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호세이니는 두 소설에서 소련의 침공, 군벌들의 내전, 탈레반의 학정, 미국과의 전쟁 등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적 현대사와 그 혼란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사람들의 아픈 이야기를 절절히 풀어놓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프가니스탄이 수준 높은 문화를 지녔던 아름다운 나라였다고 아울러 전하고 있다.

“장미와 튤립으로 가득하여 눈부시게 아름다운 도시, 천사조차 그 푸른 초원을 부러운 눈으로 내려다 본 도시, 지붕에는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달들이 반짝이고, 벽 뒤에는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 숨어있는 도시...”

17세기 페르시아의 시인 사이브에타브리지는 당시의 카불을 이렇게 노래하였다고 한다. 호세이니는 소설 제목으로 당시 카불에 숨어 있다던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택하여 카불이 찬란하고 아름다운 도시였다는 사실을 들려주고 있다. 작가는 또 소설 속의 인물 잘릴의 입을 통하여 고도 헤라트가 한 때는 ‘페르시아 문화의 요람’이었고 ‘시인과 화가들의 고향’이었으며, 그리하여 “그 때는 헤라트에서 다리를 뻗으면 차이는 것이 시인들의 엉덩이일 정도였다”고 술회함으로써 아프가니스탄의 수준 높았던 문화를 자랑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인상을 단번에 바꾸어 놓은 두 편의 소설을 읽으면서 글이 가진 큰 힘을 다시금 깨닫는다.

이러한 감동은 독일인들이 오래 전 이미륵의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 를 읽을 때도 비슷하게 받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작가 이미륵은 경성의전 3학년 때 3.1 운동에 가담하였다가 일제에 쫓겨 압록강을 건너 중국 대륙을 거쳐 독일로 망명했다. 뷔르츠부르크 대학교에서 의학을 전공한 그는 뮌헨 대학교에서 동물학과 철학 박사학위를 받고 동양철학 등을 강의하던 1946년 독일어로 어린 시절부터 독일로 망명하기까지 과정을 적은 자전적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 를 발표하였다.

이미륵은 소설에서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의 얘기,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문화와 정서, 그리고 일본의 침략상황을 간결한 문체로 잘 표현하고 있다. 이 소설은 독일 문단과 대중의 대호평을 받아 그 해 최우수 독문 소설로 선정되었고 독일 중ㆍ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다. 이 소설을 읽은 독일의 독자들 역시 우리나라가 비록 외세에 지배당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문화와 정서를 가진 나라임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문화’ 사라진 ‘촛불 문화제’

아름다운 책이 주는 감동은 끝이 없다. 그리고 그 감동은 단순히 책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작가를 포함하여 작가와 관계 있는 모든 것들을 더없이 소중하게 여겨지도록 한다. 문화가 가진 힘은 이렇듯 크다. 그런 의미에서 백범 김구 선생께서 우리나라가 ‘부강한 나라’가 되는 것보다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소망하신 것은 정말 시대를 앞선 혜안이 아닐 수 없다. ‘촛불 문화제’에서 사라져버린 ‘문화’도 하루 빨리 돌아오기를 고대해 보는 이즈음이다.

변환철 중앙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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