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은 2일에도 ‘어김없이’ 시장에 등장했다. 원ㆍ달러환율이 1,050원벽을 뚫자 매도개입을 통해 환율을 짓눌렀다. 잦아진 정부개입에 대해 시장도 비판의 목소리를 연일 높여가고 있다.
환율정책을 주도중인 기획재정부 핵심 관계자는 2일 본지와 전화인터뷰에서 “정부입장을 이해해달라”며 최근 제기되고 있는 시장의 비판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최근 환율정책을 둘러싼 시장과 정부의 입장을 지상(紙上)논박형식으로 통해 정리했다.
“시장에 맡겨라” vs. “그럴 수만은 없다”
올초 930원대로 출발한 원ㆍ달러 환율은 3월 중순 1,030원대까지 수직 상승했다가 4월초 970원까지 내려앉았고 지금은 다시 방향을 바꿔 최근 1,05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가히 ‘롤러코스터’ 장세다.
이 같은 환율방향전환의 중심엔 외환당국이 있다. 끌어올린 것도 정부 개입이었고, 끌어내린 것도 정부 개입이었다.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가 이처럼 환율방향을 인위적으로 바꾸려는 시도에 근본적 거부감을 표시한다.
딜러 A씨는 “장ㆍ차관이 나서 환율상승 유도발언을 하지 않았어도 올 초 환율은 오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3월말 환율이 급락할 때 정부가 매수개입으로 방향을 틀지 않았어도 곧 환율은 다시 올랐을 것”이라며 “정부가 거듭된 정책착오로 환율흐름에 기름을 부어 결국 변동성만 키운 셈”이라고 주장했다.
딜러 B씨는 “요즘처럼 1,050원을 상한으로 삼고 튀어오를 때마다 누르는 특정레벨 방어는 경험상 실패할 수 밖에 없다”며 “정부의 역할은 오름세를 인정하며 급변동만 누그러뜨리는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올 초 환율상승 유도는 지난해까지 우리 경제 체질에 비해 지나치게 낮았던 환율을 정상화하는 과정이었다는 입장이다. 환율 효과로 경상 적자를 완화해 보자는 뜻도 있었다.
최근 개입도 물가상승을 막기 위한 정부로서의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재정부 관계자는 “시장에 맡기는 것도 좋겠지만 지금 경제가 어떤 상황인지를 주목해야 한다”며 “물가가 급등해 경제전체를 인플레이션 국면으로 치닫게 하는 상황에선 환율을 통해서라도 이를 중화시키는 노력이 당연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탄도 고려해야” vs. “걱정 없다”
정부는 6월에만 시장개입을 통해 외환보유액에서 50억~100억달러를 쓴 것으로 추정된다. 결코 적지 않은 액수다.
물론 6월말 현재 외환보유액(2,581억달러)은 한달 전보다 1억달러 줄어드는데 그쳤다. 하지만 이는 “운용수익과 유로ㆍ파운드화 보유액의 달러환산 가치가 높아지는 바람에 쓴 만큼 벌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시장의 우려와 달리 6월 1억 달러 감소에 그쳤을 만큼 실탄(개입여력)은 충분하다”며 “외환보유액이 고갈됐던 환란 당시와 지금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시장관계자는 “전체 외환보유액 못지않게 가용보유액도 중요하다”며 “환율 개입에 쓰이는 현금은 보유액 중 일부분이라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약발 없다” vs.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시장개입의 약효가 제한적이란 점은 정부와 시장 모두 공감하는 부분이다. 딜러 C씨는 “6월초만 해도 정부가 한번 나서면 영향이 일주일은 갔는데 요즘엔 하루를 못 간다”며 “오늘(2일)도 장 막판 정부가 20원을 끌어내렸지만 마감 직후 역외시장에서는 곧바로 7,8원이 올랐다. 20분도 약효가 안 간 셈”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정부의 영향력이 떨어지면 나중에 정작 필요할 때 속수무책일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정부는 ‘알면서도 한다’는 입장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정부의 개입 직후 곧바로 달러를 사려 기다리는 세력이 있는 걸 잘 알지만 요즘은 어쩔 수 없다”며 “정부 역할마저 없었다면 지금보다 환율은 훨씬 더 높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먼저 거시경제적 환경을 봐달라”고 당부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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