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촨성 대지진으로 물리적 피해뿐 아니라 정신적 공황에 빠진 중국민들은 최근 끝난 유로 2008에서 대리 만족을 느꼈다. 유럽축구의 변방으로 평가 받던 러시아와 터키의 4강 진출을 자국의 경사인 양 기뻐했다. 기댈 곳 없는 그들에게 스포츠는 한 가닥 희망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남의 나라 일을 끌어다 위안으로 삼을 만큼 절박한 중국민들에게 ‘진짜’ 낭보가 날아들었다.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윔블던테니스대회에서 ‘대륙의 딸’이 준결승까지 진출한 것.
세계랭킹 133위에 불과한 중국의 정지에(25)는 2일(한국시간) 영국 윔블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여자단식 8강전서 니콜 바이디소바(22위ㆍ체코)를 세트스코어 2-1(6-2 5-7 6-1)로 꺾고 4강에 올랐다.
프로 데뷔(2003년) 후 프랑스오픈 4라운드 진출(16강,2004년)이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이었던 정지에는 ‘꿈의 무대’에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하게 됐다.
윔블던을 포함한 메이저대회 4강은 중국인 최초 기록. 프랑스오픈 4라운드 또한 마찬가지였다. 또 정지에는 윔블던에서 와일드카드로 준결승까지 밟은 1호 여자 선수로 기록됐다. 3회전서 세계 1위 아나 이바노비치(세르비아)에 거둔 승리가 우연이 아님을 입증한 셈이다.
쓰촨성 청두 출신인 정지에는 경기 후 “쓰촨성 주민들을 돕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면서 “귀국 후에는 더 많은 자선 활동으로 보다 많은 국민들이 지진 피해지역 주민들을 돕도록 힘쓰겠다. 쓰촨성 주민들이 하루빨리 새 거주지를 마련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정지에는 이번 대회 상금 전액을 지진 피해 희생자들을 위한 기부금으로 쾌척할 계획이다. 4강행 확정으로 정지에는 18만7,500파운드(약 3억9,000만원)를 확보했다. 정지에는 또 “중국은 스포츠 강국이지만 불행히도 테니스에선 강국이라 자부할 수가 없었다. 앞으로 계속해서 많은 중국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테니스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질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윔블던 여자단식 대진은 정지에-서리나 윌리엄스(6위ㆍ미국), 비너스 윌리엄스(7위ㆍ미국)-엘레나 데멘티에바(5위ㆍ러시아)의 4강 대결로 압축됐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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