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을 정조준하기 시작했다.
김 전 원장의 공사 수주 관여 첩보와 관련, 1일 해당 업체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2일에는‘방북 보고서’유출 사건과 관련해 김 전 원장을 전격 소환 조사했다. 두 사건은 공교롭게도 수사시점이나 수사 주체 등에서 접점을 보여 동시 수사 배경에 상당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김 전 원장은 방북 보고서 유출과 관련한 공무상 비밀 누설 등 혐의의 피내사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의 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대선 전날인 12월18일 김 전 원장이 방북해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나눈 대화 내용 등이 담긴 방북 보고서는 올 초일부 언론에 그 내용이 보도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김전 원장이 보고서를 언론인 등 14명에게 직접 유출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장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김 전 원장이 2일 소환됐다는 것은 사전 정지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는 의미로 보인다. 검찰은 일단 그에게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1월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유출된 문건의 내용이 형법상‘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됐다”고밝혔다. 김 전 원장이 보고서를 14명에게 보낸 사실도 이미 확인됐다.
궁금한 부분은 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동시에 김 전 원장 관련사건 수사에 착수했느냐는 점이다.
특수1부는 최근 김 전 원장이 지난해 하반기 국정원 간부 출신인 M사 대표 서모씨를 한전 고위 관계자에게 소개해 줬고 서씨가 공사를 수주했다는 첩보를 입수, 1일 M사를 압수수색했다. M사 압수수색과 김전 원장 소환이 하루 간격으로 숨가쁘게 이뤄진 것이다. 두 사건 수사가 사전 협의하에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이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수주 관여 의혹 사건 담당 검사가 최근까지 공안1부에서 파견근무를 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 검사는 공안부와 특수부의 대선관련 사건들의 내용이 일부 겹치면서 수사지원을 위해 공안부에 파견됐다. 자연스럽게 김 전원장 관련 사건들의 내용을 종합적이고도 세세하게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두 사건을‘대체재’나‘보완재’로 활용하려는 검찰의 전략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방북 보고서 등과 관련해 김 전 원장의 사법 처리가 난관에 봉착할 경우 수주 관여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 강도가 높아질 수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공안부 사건혐의 입증을 위해 김 전 원장 압박용 무기로 수주 관여 의혹 사건을 활용할 수도 있다.
물론 수주 관여 의혹은 아직까지 첩보 수준이며 김 전 원장의 개입여부도 명백히 밝혀지지 않은 사안이지만 제2의 수사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김 전 원장은 상당한 압박감을 느낄수있다. 김 전 원장 소환은 검찰의결론 도출이 임박했다는 의미여서 그의 앞날과 그를 둘러싼 검찰 움직임에 대한 궁금증도 조만간 해소될 전망이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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