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오늘의 책] 아담이 눈뜰 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오늘의 책] 아담이 눈뜰 때

입력
2008.07.03 00:19
0 0

장정일 / 김영사

1971년 7월 3일 ‘Light My Fire’ ‘Waiting for the Sun’ 의 미국 록밴드 도어스의 싱어이자 작사가였던 짐 모리슨이 파리의 집에서 목욕 중 심장마비로 숨졌다. 사인은 약물 과다복용과 알코올 중독, 28세였다.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인식의 문(Doors of Percepton)’이란 시구에서 도어스(Doors)란 밴드 이름을 지었다고 했던 그는 니체와 랭보에 심취했고 “록 가수로 기억되기보다 시인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아무튼 그는 저항의 연대였던 1960년대 후반을 록음악으로 대표했던, 죽은 후 더욱 강렬한 젊음과 반항의 코드로 남은 인물이다.

짐 모리슨의 이름에 작가 장정일(46)의 소설 <아담이 눈뜰 때> (1990)가 떠오른다. 이 소설의 여주인공은 짐 모리슨과 하나같이 요절한 재니스 조플린(1943~1970), 지미 핸드릭스(1942~1970)를 ‘성스러운 3J’라 부르며 그들의 음악만 듣는다. 한국에서 88올림픽이 열리기 전 대통령선거가 끝났을 무렵이 이 소설의 시간적 배경인데, 그녀는 이런 시를 쓴다. ‘아무도 믿을 수 없어/ 아무도/ 아무도!// 나는 일찍 죽은 자들만 믿을 뿐이야/ 나는 마약을 먹고 미친 자들만 믿을 뿐이야/ 이를테면/ 나는 ‘J’로 이름이 시작하는 자들만 믿을 뿐이야/ 지미 핸드릭스, 재니스 조플린, 짐 모리슨 같은/ 무시무시한 가수들만을’.

<아담이 눈뜰 때> 의 첫 구절은 이렇다. “내 나이 열아홉 살, 그때 내가 가장 가지고 싶었던 것은 타자기와 뭉크 화집과 카세트 라디오에 연결하여 레코드를 들을 수 있게 하는 턴테이블이었다. 단지, 그것들만이 열아홉 살 때 내가 이 세상으로부터 얻고자 원하는, 전부의 것이었다.” 그 3가지를 획득하는 여정, 세기말의 출구없는 젊음의 기록이 이 소설이다. 장정일의 위악적 포즈, 도발적 감각의 글쓰기에 대한 기억이 선연하다. 짐 모리슨이든 장정일이든 젊음의 방황은 시대가 다를뿐 그 몸짓은 한 가지일 것이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