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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종의 막전막후] 장수동 연출 오페라 '리골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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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종의 막전막후] 장수동 연출 오페라 '리골레토'

입력
2008.07.02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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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오페라앙상블을 이끌고 있는 장수동은 유럽문화의 산물인 오페라를 이 땅에 조화롭게 어울리게끔 만드는 데 헌신하고 있는 오페라 연출가다. 소극장 오페라 운동에 앞장서는가 하면 우리 시대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으로 캐릭터와 배경을 바꾸기도 한다.

그가 연출한 베르디의 <리골레토> (6월 27~29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를 보았다. 장수동의 리골레토는 이탈리아 만토바 궁전의 꼽추 어릿광대가 아니라 서구화가 진행된 어느 동남아 항구도시에서 타락한 주방장 노릇을 하는 인물로 설정되었다. 게다가 이곳 사람도 아니다. 딸과 함께 베트남을 탈출하여 힘겹게 정착한 보트피플 출신으로 그려졌다. 만토바의 영주는 그의 보스인 다국적기업의 타락한 젊은 자본가다. 이 프로덕션은 2년 전에 초연되었다가 새로 손을 본 것인데, 필자의 기억으로 장수동은 그 이전부터 ‘아시아판’ <리골레토> 에 심혈을 기울여왔던 것 같다.

객석 반응은 어땠을까? 관객들은 홍콩 갱스터 영화를 연상시키는 분위기, 베트남 전통의상을 입은 리골레토의 딸 질다에게 기대만큼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찬사를 보내는 것도, 불만을 표시하는 것도 아닌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극이 진행될수록 박수와 환호가 커졌지만 새로운 연출보다는 오페라 자체의 감동과 가수에 대한 것으로 보였다.

그 순간 필자의 머리에는 리골레토와 질다를 탈북 부녀로 설정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아마도 객석의 관심도는 더 높아질 것이고, 그렇다면 그게 낫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는데, 해방 전에 일본어를 배우신 필자의 모친께서 종종 하시는 말씀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일본 NHK의 뉴스를 보면 그들은 글로벌한 관점에서 지구촌 곳곳의 고민을 다루고 일본 국내 문제도 지구촌의 관점에서 다루고자 애를 쓰는데, 우리나라 뉴스를 보면 ‘한국만 잘 되면 그만’이라는 식의 편협한 시각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니 장수동의 <리골레토> 는 이 세상엔, 아니 우리와 근거리의 아시아에는 탈북자와 비슷한 문제를 가진 더 많은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연출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그가 한국적 문제는 외면하는가? 그렇지 않다. 장수동은 이탈리아 오페라 <팔리아치> 를 완전히 한국화한 <도시의 피에로> 라는 성공작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제 그의 작업을 제대로 평가할 시점이 와야 할 듯 하다.

음악공동체 무지크바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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