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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환의 야구 이야기] 그라운드에도 '새옹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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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환의 야구 이야기] 그라운드에도 '새옹지마'

입력
2008.07.0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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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중국의 국경지방에 사는 한 노인(塞翁)에게 말이 한 필 있었다. 어느 날 말이 오랑캐 진영으로 도망가버리니 이웃들이 앞을 다퉈 찾아와 위로했다. 노인은 그러나 태연했다. 얼마 뒤 집을 나간 말이 다른 말 한 필을 데려오자 이웃 사람들은 이번에는 축하인사를 건넸다.

노인은 여전히 태연자약했다. 오히려 얼굴 한 구석에는 걱정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노인의 아들이 말을 타다가 다리가 부러졌다. 그런데 1년 후 오랑캐가 쳐들어왔을 때 아들은 전장에 나가지 않아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너무도 유명한 새옹지마(塞翁之馬) 고사다.

반환점을 돌아선 2008 프로야구는 어느 해보다 많은 이슈를 뿌리면서 제2의 중흥기를 맞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1995년 이후 13년 만에 500만 관중시대에 복귀하는 것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사람 사는 게 다 그렇듯 명이 있으면 암도 있다. 올시즌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고, 또 프로야구는 제2의 중흥기를 맞았지만 그늘에 감춰진 선수들도 많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라운드를 쥐락펴락했던 삼성 심정수, 한화 문동환, KIA 김상훈, LG 박명환 등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올시즌 자취를 감췄다.

얼마 전까지 팬들의 성원을 한 몸에 누렸던 선수들이기에 지금 더 힘들다. 특히 정상적으로 시즌을 마칠 경우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게 되는 김상훈은 누구보다 답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눈앞의 현실이 답답하다고 해서 너무 낙심한 필요는 없다. 일희일비하기 시작하면 사람만 자꾸 위축될 뿐이다. 사실, 현장에 있을 때 필자도 매일 승패에 얽매였지만 그렇다고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늘 말(馬)이 떠난 게 반드시 불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현장에서 한 걸음 물러나 그라운드를 보니 새옹지마라는 고사성어가 의미 있게 다가온다.

전 KIAㆍ삼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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