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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플래닛 테러' '크로우즈 제로' 싸구려 영화라고? 화끈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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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플래닛 테러' '크로우즈 제로' 싸구려 영화라고? 화끈하잖아!

입력
2008.07.01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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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B급이다. 적나라한 본능과 키치적 감수성을 한껏 자극하는 정통 B무비. 거기서 예닐곱 발짝 더 옆으로 게걸음 친, 제대로 된 B급이다. 사고 활동이 아니라 아드레날린의 효과적 분비에 유익한 영화다. 차마 입밖에 낼 수 없는 명랑한 상상들이 스크린 속에서 실연된다. ‘철사장으로 단련한 손으로 X침을 놓으면 배설기관이 어디까지 파열될까’하는 그런 유의 상상. 평소 영화 볼 때 부르디외 따위나 떠올리는 샌님들은 치를 떨지 모른다.

로버트 로드리게즈. 이름부터 왠지 메이저리그 2군 냄새가 나는 감독의 <플래닛테러> (7월 2일 개봉)는 한 마디로 “드러운”(수입사 대표의 표현) 영화다. 떡진 피고름을 터뜨려 스크린을 흐물흐물 누런 림프액으로 적시는가 하면, 뎅겅 잘린 처녀 허벅지에 철커덕 기관소총을 장착해 난사한다. 바닥엔 양곱창 같은 사람 내장이 너저분하게 널려 있고, 여배우들은 노골적인 페티시즘의 대상이다.

영화의 진짜 매력은 그런 재료를 엮는 감독의 야멸친 연출기법에 있다. 시종일관 한눈팔지 않고 싸구려 좀비영화의 질펀함을 향해 돌진한다. 정체 불명의 DC-2 바이러스가 유포돼 죽음의 위기에 처한 텍사스 변두리. 로드리게즈는 다리 잘린 고고 댄서를 히로인으로 내세워 좀비가 된 바이러스 보균자들을 쓸어버린다. 유치한 액션은 코믹과 잔혹극 사이에서 춤을 추고, 너무나 헐렁한 전개는 그 질긴 ‘말도 안 됨’이 구심력으로 작용한다.

이 영화는 본래 쿠엔틴 타란티노의 <데쓰프루프> 와 동시 상영을 위해 만들어졌다. 경쟁이라도 하듯, 절대적인 B급 감성을 향해 돌격하는 자세에 되레 숭고함이 느껴진다. <데쓰프루프> 가 빙빙 돌다가 한 방에 터뜨리는 아웃 복서라면 이 영화는 처음부터 죽자고 달려드는 인파이터다. ‘영화란 무엇인가’ 라는, 시간 강사 뛰는 평론가들이 기말 고사에 낼 법한 질문을 로드리게즈에게 던지면 이런 답이 돌아오지 않을까. 가운데 손가락을 빳빳이 치켜들고 “뻐꾹!”

아시아 B급 영화의 대가 미이케 다카시의 <크로우즈 제로> 도 7월 3일 개봉한다. 감독의 전작들을 생각하면 이번 작품은 ‘다소’ 얌전하다. 손톱 깎듯 혓바닥을 자르는 잔혹함(이치 더 킬러)이나, 근친상간을 일삼다가 아들을 따돌리는 놈들을 토막내는 엽기성(비지터Q)을 기대하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미이케의 전작과 비교할 때의 아쉬움이다.

스즈란이라는 고등학교의 ‘짱’이 되기 위해 조직을 결성하고 패싸움을 하는 것이 영화의 줄거리. 해적판 일본 학원폭력 만화에나 등장할 법한(영화의 원작은 다카하시 히로시의 동명 만화다) 폭주족 패션의 고딩들은 눈만 뜨면 싸움박질이다. 비곗살이 될 수 있는 쓸데 없는 메시지를 최소화하고 그 ‘싸움박질’의 순수한 B급 감성에 집중한 담백함이 영화의 매력이다. 쥐어 짜면 기름 대신 일본 간장이 나올 듯한 독특한 스타일의 학원 액션물.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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