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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환율정책 '약보다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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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환율정책 '약보다 독'

입력
2008.07.01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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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환율제로 되돌아간 것 같아요.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변동폭을 묶어놓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요.”(A은행 딜러)

“당국이 매도개입에 나선 것도 몇 년 만이지만 불과 한 두달 사이에 매수와 매도개입이 번갈아 나오는 건 처음 봅니다. 그만큼 정책이 오락가락한다는 의미죠.”(B은행 딜러)

요즘 외환 딜러들의 최대 관심사는 ‘오늘도 당국이 나설까’다. 원ㆍ달러 환율이 달러당 1,050원에 육박할라치면 으레 외환당국은 달러를 시장에 내다팔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 2주째 매주 2차례 씩이니 일각에선 ‘이때쯤 들어온다’는 개입예측까지 나올 지경.

그래서 요즘 환율은 시장환율이 아니라 ‘관제(官製)환율’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더불어

외환당국이 위험천만한 모험을 하고 있다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 왜 파나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물가와 민생 안정이 국정 최우선 과제”라고 천명한 이후 외환당국의 시장개입(달러 매도개입) 강도는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환율상승을 억제해 원유를 비롯한 수입물가 상승분을 조금이라도 상쇄해 보자는 전략인 셈이다. 사실 치솟는 물가에 속수무책인 정부로선 그나마 환율 말고는 기댈 언덕도 없는 상황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대략 6월 들어서만 당국이 50억~100억달러의 보유외환을 시장에 내다 판 것으로 보고 있다.

■ 떨어지는 약발

문제는 개입효과가 갈수록 떨어진다는데 있다. 당국의 달러 매도개입 규모는 6월10일과 16일 각각 3억~5억달러 수준에서 17일과 24일 각각 10억~15억달러로 늘어나더니 27일에는 15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이 달초 1,010원 선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이내 상승세로 돌아서 지금은 지난달 당국의 개입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수준까지 근접했다. 특히 지난달 27일에는 정부가 15억달러 이상을 쏟아부었음에도 환율은 오히려 5원 가까이 오르는 기현상까지 연출됐다.

신한은행 홍승모 차장은 “6월 초만 해도 당국이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지만 잦은 개입으로 이제는 당국의 매도시점을 시장이 오히려 달러매수 타이밍으로 이용하면서 개입의 효과가 초단기에 머무르고 있다”고 전했다. 당국의 카드가 시장에 읽혔다는 얘기다.

사실 환율상승은 구조적 흐름이다. 경상수지 적자, 외국인 주식매도, 고유가 등으로 인해 달러결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환율은 오르는게 당연하다. 그런데도 당국이 이를 억지로 누르다 보니, 약효만 떨어지고 괜히 외환보유액만 축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디스는 최근 한국 등 아시아 중앙은행들의 달러화 매도개입과 관련, 국가 신용등급의 조정 가능성까지 시사한 바 있다.

■ 시장에 맡겨야

시장 전문가들은 당국의 잦은 개입이 독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3~4월까지는 수출우선론에 입각해 환율을 끌어올리더니(매수개입), 이젠 다시 물가안정을 위해 환율을 끌어내리는(매도개입) ‘냉탕-온탕’식 환율정책이 화를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율을 정부가 끌고 갈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위험하다는게 시장의 공통된 지적이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3월 매수개입으로 환율을 올리지 않았다면 최근처럼 자주 물가상승을 막기 위해 매도개입에 나설 필요가 없었을 수도 있다”며 “잦은 시장개입은 목표 환율 등 당국의 패를 노출해 투기세력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환율 변동을 용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주 우리 정부와의 연례협의 결과 발표에서 “시장개입을 과도한 변동성을 완화하는데 국한했던 한국의 변동환율제도는 과거에도 효과적이었고 앞으로도 적합하다”며 잦은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경계감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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