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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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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법

입력
2008.07.01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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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정국’이 끝나면 이명박 정부가 맞부닥치게 될 또 하나의 뇌관은 언론, 좁혀 말하면 방송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촛불시위를 보면서 집권세력은 누구보다 절실하게 방송개편의 필요성을 통감한 터이다. 지금 여권 핵심세력의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을 것이다. “MBC PD수첩을 보자. 촛불시위 현장에 나온 사람들 가운데는 PD수첩을 보고 참가했다는 시민들이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애당초 ‘미국 소=광우병’ 처럼 연결짓지 않았더라면 촛불시위가 이처럼 커지지 않았거나 진작에 사그라들지 않았을까. 어떻게 공영방송이 처음부터 악의적인 의도를 갖고 거기에 맞춰 프로그램을 왜곡하고 조작할 수 있는가.

PD수첩 뿐이 아니다. KBS와 MBC뉴스를 보면 반 정부세력의 대변자나 다름없다. 경찰의 강경진압 소식만 전할 뿐 전경들이 시위대에게 뭇매를 맞는 장면은 볼 수가 없다. 이게 도대체 국민의 전파를 빌려 쓰는 공영방송이라고 할 수 있느냐 말이다.

더 이상 놔두다가는 좌파세력의 준동으로 나라 꼴이 엉망이 될게 뻔하다. 하루빨리 공영방송 구조개편을 추진하는 등 전방위 대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여권 핵심들의 솔직한 속마음은 이런 것일 테다.

하지만 문제는 집권층의 수가 너무 빨리 읽혔다는 데 있다. 집권 초기부터 방송계 주요 보직을 야금야금 접수한 것이 화근이다. 대통령 측근들을 스카이라이프, 아리랑TV, 한국방송광고공사, YTN사장에 숨 돌릴 틈 없이 앉히면서 현 정권의 의도가 훤히 드러났다. 보수단체도 그 조급함을 지적했듯이 다음 화살이 어디를 겨눌지 삼척동자도 다 알게 된 마당이다.

자, 이런 상황에서 방송 ‘장악’을 노골화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촛불시위로 힘을 얻은 좌파진영은 방송이 보수정권에 넘어가도록 가만히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수천, 수만 명의 시위대가 매일같이 촛불을 들고 여의도 몰려가 KBS, MBC 사수운동을 하고 또다시 정국은 걷잡을 수 없이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보수-진보세력간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대한민국호가 안고있는 산적한 현안은 하나도 해결하지 못한 채 질척댈 것이다. 노무현 정권 때 어설프게 언론을 손댔다 어떤 상황이 빚어졌는지 잘 알고 있지 않나.

그래서 하는 말이다. 민영화 압박을 통한 공영방송 구조개편 등 ‘미디어 로드맵’을 절대로 무리하게 추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겉으로 내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현 정권의 ‘뜨거운 감자’인 KBS 정연주 사장 퇴진은 더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막말로 정 사장은 1년 수개월만 있으면 물러나게 돼 있다.

현재 KBS이사회 구성은 친 한나라당 인사가 과반이 돼 정 사장 후임에 얼마든지 마음에 드는 보수인사를 시킬 수 있는 기틀을 갖췄다. 지나친 압박으로 공영방송 사장을 쫓아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현 상황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무엇보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이참에 방송사 사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 언제까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 같은 후진적인 논란을 벌여야 하는가 말이다. 언론사 사장자리를 정권의 전리품 취급하는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언론계와 학계에서도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가 됐다. 이 것 하나만 확실히 해놓아도 이명박 정부는 언론사에 큰 발자취를 남기는 것이다.

이충재 부국장 겸 문화부장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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