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경기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내수 침체에 생산까지 후퇴하는 등 경기 하강이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심각하다.
한국은행이 2,929개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6월 기업경기 조사결과’는 이 같은 기업들의 실상을 잘 보여준다. 한은의 제조업 업황지수(BSI)는 1달 전과 비교해 8포인트나 급락한 77. 이번달에는 대기업(100→87)과 수출기업(95→82)에게까지 경기 급랭의 도미노가 번졌다. 10년만에 최악의 수치다.
국제유가 상승 등의 여파로 특히 기업들이 체감하는 채산성 역시 크게 악화했다. 6월 채산성BSI는 외환위기 직후 상황까지 후퇴했다. 전달(76)보다 8포인트 떨어진 68로, 1998년 3분기(53) 이후 가장 낮다.
이는 산업현장의 어려움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그동안 그런대로 지탱해온 산업(광공업) 생산마저 감소세로 돌아섰다.
감소폭은 전달대비 0.6%다. 광공업 생산은 전년동월비 대비로도 올들어 4월까지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왔으나, 5월에는 8.3% 증가에 그치는 등 성장세가 둔화했다. 그나마 수출이 호조를 보이며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어 이 정도 성장이 가능했다. 내수 부진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다.
생산자제품 출하도 전년 동월비 6.1% 늘어났음에도 전달보다는 오히려 1.2% 내려앉았다. 반면 재고는 늘고 있다. 지난달보다 2.2% 증가했고, 전년 동월비로도 13.2% 늘었다. 내수는 회복의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소비재 판매는 전달에 비해 0.6% 감소했다. 유가 상승에 따라 승용차 및 차량 연료의 소비가 크게 줄었다. 투자도 반도체장비 등 기계류 투자가 줄면서 전달보다 2.5%나 감소하는 등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앞으로의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는 4개월째 동반 하락했다. 5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 대비 0.2포인트 떨어졌다.
이태성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4개월 연속 동행지수와 선행지수가 모두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 하강 초기 국면으로 볼 수 있다”며 “과거 사이클을 보면 통상 경기 하강 초기에는 동행지수가 3~13개월 하락했다”고 말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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