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강제집행 중에 집행관의 부주의로 골동품이 파손됐을 경우 국가에 배상 책임이 있을까.
서울 강남구의 한 건물에서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는 권모씨는 2002년 건물주와 문제가 생겨 건물을 비워달라는 소송을 당했고, 2년이 넘는 법정소송 끝에 패소했다. 건물주 김모씨는 2004년 3월께 법원에 건물에 대한 강제집행을 신청했고, 법원 소속 집행관은 권씨와 그 가족이 인도집행 현장에 나타나지 않자 7월께 권씨의 골동품들을 김씨가 일단 보관업체로 옮겨 보관토록 했다.
그러나 20일 후 보관업체를 찾아간 권씨는 깜짝 놀랐다. 고려청자의 손잡이가 깨져 있고, 빅토리아 시대 도금 나무의자도 파손되는 등 약 30점이 훼손돼 있었던 것. 권씨는 “별도 포장도 없이 골동품을 무리하게 집어던지는 등 함부로 반출한 결과 손상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3억6,000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권씨가 골동품을 미리 옮기지 않고 인도집행 현장에도 나타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원고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서울고법 민사합의22부(부장 조인호)는 “집행관은 동산을 인도집행 장소에서 옮겨 보관할 경우 훼손되거나 가치가 감소되지 않도록 상당한 주의를 해야 하는데, 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인정된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값비싼 골동품을 옮기지 않고 만연히 보관한 권씨의 잘못도 인정된다”며 국가의 책임을 25% 인정하고, 법원이 감정한 손해액 2억8,700여만원 중 7,100여만원을 물어주라고 주문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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