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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이기적 '미디어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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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이기적 '미디어 전쟁'

입력
2008.07.01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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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쩍 진보성향이 짙어진 신문이 촛불시위를 둘러싼 보수언론과의 상호 비방을 기사로 다뤘다. “촛불시위가 미디어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고 언뜻 객관적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이내 객관보도에서 훌쩍 벗어난다. “보수언론은 진보신문과 공영방송이 폭력시위를 부추긴다고 비판하나, 시위참여 시민들은 보수언론의 자의적 왜곡과 선동을 욕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전쟁’ 당사자를 자임하면서, 자신이 편든 시위대에 기대는 게 우습다. 굳이 객관적 정당성을 주장하려면 중립적 언론학자 등의 평가를 앞세워야 사리에 맞다. 그게 언론의 기본이다.

■전쟁의 다른 당사자 보수언론의 잘못은 명백하다. 애초 쇠고기 협상이 문제되자 버릇대로 대뜸 불순세력이 물정 모르는 국민을 꼬드긴다고 지탄한 무모함은 정부보다 악성이다. 스스로 나라를 이끈다는 오만한 사명감에 겨워 갖가지 미신을 부추기는 혹세무민 습관이 재발한 것이다. 그게 초장에 들통나자 황급하게 표정을 바꿔 짐짓 대범한 논리를 폈다. 그러나 과격시위가 제 문 앞을 위협하자 곧장 “이명박 정부는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느냐”고 외친다. 지겹도록 들은 상투적 논리를 제 보신을 위해 다시 꺼낸 이기심이 그야말로 지독하다.

■그러나 보수언론의 행태 못지않게 진보언론이 무조건 촛불시위를 찬양하는 것도 언론의 바른 길과 거리가 멀다. 더러 사설에서 비폭력을 촉구했다지만, 기사와 제목의 방향성과 칼럼 논조 등은 뭉뚱그려 “끝까지 가자”는 것이다. 거듭되는 시위가 이미 폭력과 폭력이 맞부딪치는 양상으로 바뀐 마당에, “촛불을 끄면 안 된다”고 되뇌면서 건성으로 ‘비폭력’을 덧붙이는 것은 보수언론보다 위선적이다. 차라리 “이대로 밀어붙여 정부를 뒤엎거나 굴복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선언한다면, 옳든 그르든 과감한 언론 투쟁으로 여길 수 있다.

■쇠고기 수입정책이 아무리 잘못됐더라도 지금 정부를 ‘폭력적 독재’ 또는 ‘독재적 폭력’에 빗대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다. 그런 왜곡된 전제를 앞세워 시위행위는 모두 정당하고 경찰 진압행위는 모두 부당한 폭력인 양 규정하는 것은 스스로 의지한 국가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것이다. 온갖 새로운 민주주의를 떠든다고 이런 사리가 바뀌지 않는다. 이를테면 ‘광고’ 시비를 하던 진보신문이 사회 기성질서에 정면 도전하는 대안 언론처럼 행세하고, 공적제도로 존립하는 공영방송이 어설프게 한 술 더 뜨는 것은 본분을 망각한 짓이다. 국민의 뜻을 빙자한 이기적 싸움일 뿐이다.

강병태 수석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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