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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의 죽음, 폐결핵 아닌 '낭포성 섬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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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의 죽음, 폐결핵 아닌 '낭포성 섬유증'?

입력
2008.06.30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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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세의 젊은 나이에 폐결핵으로 요절한 것으로 알려진 19세기 폴란드 천재 음악가 프레데릭 쇼팽의 사망 원인에 대한 재조사가 추진돼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폴란드 의학 연구자들은 쇼팽이 폐결핵이 아니라 유전병의 일종인 ‘낭포성 섬유증’에 의해 세상을 떠났다고 주장하며 코냑으로 추정되는 액체에 담겨 완전한 상태로 보관 중인 그의 심장 조직 일부를 떼내 유전자(DNA) 검사를 실시, 실제 사인을 규명하자고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쇼팽의 육신은 1849년 사망 당시 주요 활동 무대인 프랑스 파리 페르 라셰즈 묘지에 묻혔으나, 심장은 유언에 따라 누나 루드비카가 고국 폴란드로 옮겨져 바르샤바의 성십자가 성당에 안치했다.

AFP통신 인터넷판이 29일 전한 바에 따르면 폴란드의 낭포성 섬유증 전문가 보이체흐 시쉬는 “쇼팽이 어릴 적부터 평생 허약했고 폐감염증에 걸리기 쉬운 체질을 보인 것과 천식을 앓은 일이 전형적인 낭포성 섬유증 증상”이라고 지적했다.

신장 170cm, 몸무게 40kg이라는 비쩍 마른 체형의 쇼팽이 프랑스 여류작가 조르주 상드와 정열적인 로맨스를 펼쳤음에도 자녀를 낳지 못하면서 제기된 ‘불임’의혹도 낭포성 섬유증을 지병으로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시쉬는 밝혔다.

또한 낭포성 섬유증 환자가 40세 이상 생존할 확률이 극히 낮은 사실도 쇼팽이 이 같은 유전병을 앓다가 끝내 세상을 떠난 유력한 증거라고 시쉬는 주장했다.

시쉬는 “쇼팽이 낭포성 섬유증에 걸렸던 사실을 입증하면 동일한 질환의 환자들, 특히 어린이에게 비록 남보다 짧은 생애이지만 생명이 다하기 전에 쇼팽처럼 ‘위대한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폴란드 국립쇼팽연구소의 그르체고르츠 미칼스키 소장은 “쇼팽의 심장에 대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인 1945년 검사를 실시했다. 심장은 코냑으로 보이는 알코올을 채운 크리스털 단지에 밀봉돼 보관돼 있다”고 소개했다.

쇼팽의 심장을 넣은 단지는 바르샤바 성십자가 성당 내 기둥 밑에 놓여져 있다. 기둥에는 ‘당신의 보물을 둔 장소에 당신의 심장도 있다’는 마태복음의 한 구절이 새겨져 있다.

심장에 대한 DNA 검사를 실시하자는 주장에 대해 크리스털 단지를 개봉할 경우 심장조직이 영원히 파괴될지 모른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쇼팽의 심장에 관한 권리를 갖고 있는 직계 후손 두 명 가운데 한 사람은 DNA 감정을 희망하는 반면 다른 후손은 완강히 반대하고 있는 형편이다.

심장을 보관 관리하는 성십자가 성당 측은 DNA 감정과 관련해 아직 어떤 공식 요청도 받은 적이 없었다면서도 이런 움직임에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폴란드 문화부는 현재 진행되는 연구 결과를 감안해 적절한 결정을 내리겠다고 만 언급하고 있다.

바르샤바의 관광 명소인 성십자가 성당을 찾은 외국 여행객들은 이구동성으로 쇼팽의 심장에 대한 DNA 감정 발상에 대해 “그대로 나두는 게 가장 좋다. 이제 와서 사인을 정확히 확인해 무슨 소용이 있는가. 고인이 심장을 고국에 묻어 달라고 원한 점에서 혼령을 더 이상 괴롭히지 않았으면 한다”고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1795년 러시아, 프러시아, 오스트리아에 의한 제3차 폴란드 분할 후 1830~31년 폴란드에선 대규모 봉기가 일어났다. 봉기가 실패하자 쇼팽은 아버지 모국인 프랑스로 이주했으며 분할 점령국의 국적 취득을 거부해 죽을 때까지 폴란드 땅을 다신 밟지 못했다.

파리에서 향수병에 시달리며 폴란드의 독립을 애타게 꿈꿔온 쇼팽의 음악은 오랫동안 폴란드인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의 상징 역할을 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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