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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 '오일의 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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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 '오일의 마술'

입력
2008.06.30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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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중동, 남미의 신흥 재벌들이 미술 경매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이 석유, 광산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을 미술품 구입에 적극 투자한 덕에 세계적인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미술 경매 시장만은 활황을 맞고 있다.

영국의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 석유 재벌로 영국 프로축구팀 첼시의 구단주이기도 한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지난달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최고가 미술품 3점 가운데 2점을 구입했다. 구입 작품은 프란시스 베이컨의 <3부작, 1976>(낙찰가 8,600만 달러, 약 890억원)과 루시안 프로이트의 <자고 있는 국가연금 관리자> (낙찰가 3,400만 달러, 약 350억 원)이다.

2월 소더비가 기획한 <인상주의와 현대> 경매에서는 전체 판매 수익 중 15%가 러시아인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우크라이나의 신흥 재벌 앨리셔 우스마노프도 지난해 9월 러시아 출신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의 소장품을 2,000만 파운드(약 400억원)에 구입했다. 카타르 왕실의 셰이크 사우드 알 타니도 카타르 미술관 개관을 앞두고 전 세계 경매장을 누비는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술전문지 아트뉴스가 지난 주 발표한 ‘미술품 수집가 상위 200위’ 명단을 살펴보면 레오니드 쿠츠마 우크라이나 전 대통령의 사위이자 억만장자인 빅토르 핀추크, 멕시코의 통신 재벌 카를로스 슬림 헬루, 카타르의 사우드 알 타니가 새롭게 10위 권에 진입했다. 아트뉴스 발행인인 밀톤 에스테로는 “러시아, 중동, 남미의 재벌들이 주요 수집가로 등장한 것은 이제 비밀이랄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들 신흥 재벌이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미술품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아트마켓리포트의 ‘현대미술 100지수’에 따르면 현대 미술 작품의 가격은 지난 3년간 무려 300%나 상승했다. 24일 클로드 모네의 작품 <수련> 이 영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유럽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인 4,092만 파운드(약 840억원)에 팔린 것도 신흥 자본의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같은 기간 크리스티 경매에 나온 지노 세베리니의 <발레리나> 는 1990년 5월 낙찰가가 200만 파운드에 불과했으나 이번에는 7배 이상 상승한 1,500만 파운드를 기록했다.

이 같은 활황에 대해 “미술 경매시장이 정점에 다다랐으며 하락의 길만 남았다”는 비관론과,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맞서고 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한 중개인은 “러시아인들의 미술품 수집이 2000년대 초반 일본인의 미술 투자를 연상시킨다. 당시 일본인들은 반 고흐를 비롯한 인상주의 작품에 열광했지만 이후 경기 침체 앞에서 작품을 헐값에 되팔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낙관론자들은 미술 시장의 수요 확대에 주목한다. 소더비 경매의 분석에 따르면 5년 전에는 미술품 구입에 50만 달러 이상을 쓴 투자자가 26개국에 분포돼 있었으나 지난해에는 58개국으로 증가했다. 필립스 드 푸리 경매의 드 푸리씨는 “예를 들어 중국의 경우, 근사한 미술관이 많이 생겨났지만 그 속을 채울 미술품은 거의 없는 상태”라며 “잠재 고객은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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