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Dr. 이코노미에게 물어 봅시다] 미국 FRB는 뭐 하는 곳인가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Dr. 이코노미에게 물어 봅시다] 미국 FRB는 뭐 하는 곳인가요

입력
2008.06.30 04:19
0 0

Q

지난 주 미국이 금리를 동결했다는 소식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주요 뉴스로 다뤄졌습니다. 미국 금리가 움직이는 것이 뭐 그렇게 중요하냐구요? 중요합니다. 미국 금리에 따라 주식시장, 외환시장이 출렁이기 때문이죠. 바로 이 금리결정을 관장하는 곳이, 우리가 흔히 FRB라고 부르는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입니다. 오늘은 FRB에 대해 알아볼까요.

A

일반적으로 시장경제가 발달한 선진국일수록 정부가 세금을 마음대로 거두어 사용하기란 힘들겠죠. 때문에 물가와 경기의 흐름은 금리를 올리고 내리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답니다. FRB는 바로 미국의 중앙은행, 우리로 치면 한국은행과 같은 곳인데요. 특히 미국은 세계경제의 4분의1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FRB가 세계 금융시장을 좌우할 만큼 영향력이 크고, 또 유명한 것입니다.

지난해부터 문제가 된 서브프라임모기지(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에게 주택구입자금으로 나간 대출)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FRB는 올들어 위기에 처한 금융기관에게 신속하게 자금을 공급함으로써 위기해결사로서 다시 한번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FRB 의장을 종종 세계의 경제대통령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FRB는 어떻게 구성되나요?

FRB를 제대로 알려면 먼저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라 불리는 미국의 독특한 통화정책 시스템을 이해해야 합니다. 미국이 50개 주로 이뤄진 연방국가라는 건 다 아시죠? 저마다 독립된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주들은 각각 연방중앙은행(Federal Reserve Banks)’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도 워싱턴DC에 위치한 ‘연방준비제도이사회(Board of Governors of Federal Reserve Banks)’는 바로 이 지역 연방준비은행들의 본점 격인 셈이죠. 그리고 여기에서 금리를 결정하기 위해 열리는 회의가 우리나라의 금융통화위원회 격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ㆍ풀어읽는 키워드 참조)’입니다.

정리하자면 미국의 연방준비제도는 ▦지급준비율과 대출정책, 금융기관 감독 등을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금리수준을 조절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러한 정책을 집행하고 화폐공급과 금융기관 검사 등을 담당하는 지역 연방준비은행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연방준비제도를 미국 등 영어권에서는 흔히 ‘Fed’로 약칭합니다만, 한국과 일본 등에서는 연방준비제도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를 구분하지 않고 통상 FRB라 부르고 있죠. 편의상 지금부터 연방준비제도이사회를 FRB라 부르기로 하죠.

연방준비제도는 왜 이렇게 복잡한가요?

견제와 균형을 중시하는 미국의 문화에서 비롯됐습니다. FRB를 탄생시킨 연방준비법(Federal Reserve Act)이 제정된 1913년까지 미국에는 중앙집권적인 중앙은행을 원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 중앙은행이 정부조직이어야 한다는 사람과 민간조직이어야 한다는 사람들의 주장이 대립했습니다.

전통적으로 권한이 집중되는 것을 꺼리는 연방국가의 속성상, 그래서 다른 나라처럼 ‘미국은행’식의 단일 중앙은행 대신 연방준비제도가 탄생하게 되었답니다. 연준법에 따라 미국을 12개 지역으로 나누고 각 지역마다 민간 상업은행이 주주인 연방준비은행을 설립하는 한편,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을 관리ㆍ감독하는 기관으로 연방정부기구로 FRB를 둔 것입니다. 지역 연방준비은행이 주식회사 형태인 데서 보듯, 연방준비제도는 정부와 민간 성격이 혼재하도록 설계됐습니다.

출범 당시 FRB의 결정은 지역 연방준비은행을 구속할 만큼 강력하지 못했습니다. 20년이 지난 1930년대에 와서야 이사회가 지급준비율, 재할인율 결정 등의 주요 권한을 갖게 되고 지역 연방준비은행을 지점처럼 거느림으로써 실질적 중앙은행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것입니다.

FOMC는 무슨 일을 하나요?

다음은 금리를 결정하는 FOMC에 대해 알아보죠. 정확히 말하면, FOMC는 보통 정책금리라 불리는 ‘페더럴펀드 금리(federal funds rate)’의 목표를 결정합니다. 은행은 예금자들이 수시로 예금을 찾을 것에 대비해 예금의 일정비율을 지역 연방준비은행에 보관해야 하는데, 이를 지급준비금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어떤 은행이 일시적으로 지급준비금이 부족한 경우, 여유자금을 가진 은행에게 자금을 빌려줄 것을 요청할 수 있는데 이때 적용되는 금리를 페더럴펀드 금리라고 합니다. 여기서 페더럴펀드는 두 은행이 협의해서 결정되는, 보통 담보가 없는 하루짜리 자금입니다. FOMC는 페더럴펀드 금리의 목표를 정하고 이에 맞게 국공채 등을 금융기관과 매매함으로써 페더럴펀드 금리가 FOMC의 목표수준에서 움직이도록 하고 있습니다.

금리조정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FOMC가 페더럴펀드 금리를 조정하면 채권금리, 시중은행의 예금금리, 대출금리 등이 짧은 기간에 잇달아 변동됩니다. 금리의 ‘국가대표’ 격인 페더럴펀드 금리가 올라가면 다른 금리들도 올라가고, 내리면 다른 금리도 내리는 식이지요.

이런 과정을 통해 페더럴펀드 금리 조정은 가계의 소비, 기업의 생산 및 투자활동은 물론, 수출입, 물가 등 경제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친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기업들은 주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 공장을 짓고 생산에 필요한 기계와 장비를 사죠.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그만큼 기업의 투자여건이 나빠지겠죠. 반대로 금리가 내려가면 투자여건이 좋아질 겁니다.

일반 가정도 마찬가지죠. 금리가 올라가면 돈의 값어치가 높아진 셈이므로 사람들은 굳이 소비나 투자를 하기보다는 저축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 것입니다. 이처럼 금리가 움직이면서 투자와 소비가 늘거나 줄게 되면 생산이 변동하고 결국에는 물가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풀어 읽는 키워드>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구성

12명이 다수결로 금리 결정… 정치적 독립성 보장

FOMC에는 어떤 사람들이 참여할까요? FOMC는 ▦FRB 의장과 부의장을 포함한 7명의 FRB 이사 ▦뉴욕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 ▦그리고 나머지 11개 지역 연준에서 순번제로 4명의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이 참석합니다. 총 12명으로 구성되는 것이지요. 이들 12명은 다수결로 금리 목표를 정합니다.

FOMC의장은 FRB 의장이 맡습니다. 그리고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실제적인 공개시장 조작을 실시하기 때문에 FOMC 부의장은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담당합니다. 보통 1년에 6주 간격으로 8번 정기회의를 하는데, 급히 금리를 조절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수시로 회의를 열리고 합니다.

FOMC는 상당한 수준의 독립성을 보장받습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설사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FRB의 결정을 번복할 수 없습니다. FOMC에 참여하는 FRB 이사의 임기는 무려 14년(단, FRB의장은 4년)이나 되고 2년마다 1명씩 교체됩니다.

통화정책은 정치색을 타는 선출직보다 중립적인 전문가 집단에 맡기는 것이 사회적으로 더 이익이라는 경험의 산물이라 하겠습니다.

권태율 한국은행 조사국 조사역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FRB 의장은 어떤 자리인가요

FRB 의장이 세계의 경제대통령으로 불린다는 건 단순히 중요한 자리여서가 아니라 그만큼 뛰어난 판단력과 리더십을 보여왔기 때문입니다. FRB의 명성을 높인 역대 의장으로는 폴 볼커와 앨런 그린스펀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1979년부터 87년까지 FRB 의장을 지낸 볼커는 재임 기간중 미국에서 대통령 다음으로 중요한 인물로 종종 꼽혔습니다. 오일쇼크 영향으로 79년 여름부터 미국의 물가가 두 자리 수로 뛰기 시작하자 당시 카터 행정부는 최대 과제인 인플레를 해결하기 위해 뉴욕 지역 연방준비은행 출신의 볼커를 FRB의장에 임명합니다.

볼커는 경기후퇴와 인플레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인플레 퇴치를 우선에 놓고 전력을 다했죠. 볼커의 공격적인 긴축정책으로, 금리가 20%에 육박하기도 했습니다. 고금리 정책은 한편으로 실업 및 사업실패 등 부작용을 일으켰고 이에 불만을 품은 괴한이 FRB 이사들을 인질로 삼으려 한 범죄사실까지 알려지자, 볼커는 한 때 신변경호원까지 두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인플레를 줄이는 데 대성공을 거두게 되고 볼커는 높은 명성을 얻게 됩니다.

볼커에 이어 20년 가까이 의장을 지낸 그린스펀은 클린턴 정부 시절의 ‘인플레 없는 호황’을 바탕으로 사실상 세계경제를 이끌었던 사령탑으로 평가됩니다. 대통령 당선 이후 93년 첫 연두교서를 발표할 당시, 클린턴은 부인 힐러리 여사 바로 옆에 그린스펀을 앉힐 정도였습니다. 참고로 그린스펀은 레이건 행정부 시절에 임명된 정통 공화당원이었지만, 민주당의 클린턴 대통령은 그를 연임시키며 최대한 존중해줬습니다.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전세계의 각별한 관심을 끌었습니다. 뉴욕 월스트리트의 금융 전문가들에게는 ‘그린스펀학’이 필수과목이 되었을 정도였습니다. 87년 블랙먼데이, 97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1년 9ㆍ11테러 등 금융위기에 훌륭히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만 2000년대 들어선 장기 저금리 정책으로 최근 서브프라임 사태의 불씨를 제공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그린스펀을 계승한 벤 버냉키 현 의장은 최고의 통화정책 전문가로 평가됩니다. 서브프라임 사태 해결을 위해 하도 여기저기 돈을 긴급지원하다보니 ‘헬리콥터 버냉키’라는 별명도 생겼습니다. 투자자의 잘못을 중앙은행이 나서 구제하는 데 대한 비판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금융위기로 확대되기 전에 적절히 개입해 시장을 안정시켰다는 평가가 대세인 듯 합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