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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경찰/ 주말 시위로 112명 부상·버스 31대 파손 곤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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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경찰/ 주말 시위로 112명 부상·버스 31대 파손 곤욕

입력
2008.06.30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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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고위 관계자는 29일 “시위대는 갈수록 강한 무기를 들고 나오는데 우리(경찰)는 계속 한 손을 묶고 싸우고 있다”며 답답해 했다. 28, 29일 ‘1박 2일’ 촛불집회에서 시위대에게 철저히 유린당한 이유를 ‘속수무책’(束手無策)에 비유한 것이다.

경찰은 지난 주말 중상 12명 등 112명 부상이라는 인적 피해와 함께 버스 31대, 물 대포 3대, 봉고차 1대 파손이라는 물적 피해도 입었다. 시위대가 밧줄, 벽돌에다 쇠줄, 쇠파이프, 각목까지 들고 나오는데도 경찰은 여전히 방패와 진압봉만으로 대처해야 하는 현실에 따른 결과라는 게 경찰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경찰이 시위대에 밀리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1980년대식 시위 진압 매뉴얼에만 집착한 채 시위대 움직임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고 그 때문에 번번히 당하고 만 것이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는 “경찰 대응은 오직 청와대를 지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결국 서울 도심은 사실상 무방비였고, 시위대는 계속 돌아다니며 더 많은 시위대를 모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위대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경찰이 청와대 인근에서 맞닥뜨린 시위대 수는 경찰보다 10배나 많게 됐고, 그로 인해 궁지에 몰리자 경찰이 물대포와 특공대 투입이라는 강수(强手)를 둘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강수는 언제나 치명적 악수(惡手)가 되어 부메랑처럼 돌아왔다. 대표적인 게 지난 1일 발생한 서울대 여대생 ‘군홧발 폭행’. 이 사건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경찰은 불법 시위에 제대로 대응조차 못한 채 20일 이상 끌려 다녀야 했다.

경찰청 경비국 관계자는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만 해도 시위대는 폭력적이거나 과격하지 않았다”며 “그 사건으로 시위 경비, 진압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경찰이 초반 연행한 이들 중 대다수는 집회 전과가 없는 일반시민으로 밝혀져 “엉뚱한 사람만 잡아갔다”는 빈축만 샀다.

이후 경찰은 우왕좌왕 하는 모습만 보여줬고, 그 사이 시위대는 여론을 등에 업고 시위의 강도를 높이고 방법을 다양화했다. 경찰이 뒤늦게 물대포에 물감과 최루액을 섞어 발사하겠다는 등의 강경책을 꺼냈지만 주말 시위를 통해 이 역시 효과는 미지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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