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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 베이징 공연/ 토종 오페라 '천생연분', 獨·日 이어 中도 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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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 베이징 공연/ 토종 오페라 '천생연분', 獨·日 이어 中도 홀렸다

입력
2008.06.30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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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와 푸치니가 득세하는 한국 오페라계에서 국립오페라단의 <천생연분> 은 각별한 존재다. 임준희가 작곡한 이 창작 오페라는 2006년 3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초연된 뒤 그 해 가을 서울에서, 이듬해 경기 고양과 일본 도쿄에서 공연됐다. 어렵게 만들어지고 쉽게 사라지는 여느 창작 오페라와 달리 계속 수명이 연장되고 있다.

오영진의 <맹진사댁 경사> 를 원작으로 한 이상우의 대본은 단순한 권선징악에서 적극적인 사랑 찾기로 주제를 바꿨고, 양정웅의 연출은 전통적 선을 살린 미니멀리즘으로 현대적 변형을 시도했다. 영산회상의 ‘타령’을 테마로 한 임준희의 음악은 오케스트라에 국악기를 가미해 다양한 색깔을 만들었다.

코리안 심포니(지휘 김덕기)와 성악가, 국립오페라단 스태프 등 193명이 중국으로 건너가 28일 베이징 세기극원에 올린 <천생연분> 은 우리 오페라에 대한 자신감을 높여준 무대였다.

베이징올림픽을 기념한 대규모 공연예술행사 ‘미트 인 베이징(Meet in Beijing)’ 중 한국공연예술주간의 참여작으로, 국립오페라단의 첫 중국 공연이기도 했다.

카메라의 조리개가 열리듯 미닫이식 무대가 열리면서 흰 색의 한복 의상을 입은 무용단이 모습을 드러내자 1,000여명의 관객들은 “와~”하는 탄성과 함께 박수를 보냈다. 1막부터 출발이 좋았던 것은 맹진사의 한량 아들 몽완이 청나라 유학파로 설정된 덕분이었다.

자진모리 장단의 합창 ‘청나라 칭나라’에서 니하오마, 워아이니 등 중국 대사에 귀를 기울이던 관객들은 몽완이 청나라말 실력을 자랑한다며 온갖 중국술 이름을 읊어대자 큰 웃음을 터트렸다.

해학적인 1막에서 시끌시끌하던 객석 분위기는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지는 2막 들어 집중도가 높아졌다. 서동과 서향이 오작교 위에서 부르는 사랑의 아리아, 서향과 이쁜이가 역할을 바꾸며 부르는 아리아 등 서정적 음악이 이어지면서 박수 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2시간여의 공연이 끝난 후에는 환호성과 휘파람 소리가 극장을 메웠다.

중국가극무극원의 예술감독인 작곡가 겸 지휘자 리우웬진씨는 “유럽의 고유한 오페라 형식에 한국 전통적 요소를 교묘하게 조화시켰다는 점이 놀랍고, 연주자들의 수준도 높았다”고 평가했다. 또 신분에 관계없이 모두 즐긴다는 뜻의 중국 속담 ‘아속공상(雅俗共賞)’을 인용하며 “모든 관객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일반 관객들 역시 친근감을 드러냈다. 회사원 왕리화씨는 “소재 자체가 중국 전통 이야기와 비슷해서 쉽게 공감이 갔다”고 했고, 친웨이씨는 “드라마를 통해서 한국 문화를 많이 접했지만 오페라라는 직접적인 공연 장르를 통해 한국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출가 양정웅은 “공간이 좁아 네 겹 무대를 세 겹으로 줄이는 등 여건은 좋지 않았지만, 완전한 우리 프로덕션으로 중국 관객들을 웃고 감동하게 했다는 점에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천생연분> 은 10월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 공연되며, 내년에는 유럽 공연도 추진 중이다. ‘미트 인 베이징’의 한국공연예술주간은 뮤지컬 <왕의 우인, 공길> 과 연극 <청춘예찬> <보이첵> <레이디 멕베스> 로 다음달 13일까지 계속된다.

베이징=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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