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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벼랑 끝 한국경제] 1부 복합 위기가 왔다 <1> 뚜렷한 위기의 징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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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벼랑 끝 한국경제] 1부 복합 위기가 왔다 <1> 뚜렷한 위기의 징후들

입력
2008.06.30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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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엎친 '경제'에 덮친 '정치'

“하반기 경제성장률은 3.3%까지 떨어지는 대신 물가상승률은 5.6%로 높아질 것이다. 물가불안이 고조되는 것은 세계적 현상이지만…최근 정치사회적 불안이 경제위축을 초래하고 있다.” (29일 한국경제연구원 하반기 경제전망)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41개월만에 최저수준으로 추락했다. 기업들의 경제기대심리가 그만큼 빠르게 결빙되고 있다는 뜻이다. 계속되는 시위와 노동계의 하투(夏鬪) 우려 같은 경제외적 요인까지 겹친 탓이다.” (29일 전경련 BSI 조사결과)

“한국의 상황은 선원들이 선장을 바다로 밀어내려고 하는 와중에 선장은 폭풍우(경제악재)와 싸워야 하는 형국이다. 이대통령은 아직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상태에서 앞으로 공약들을 실천해 나가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27일 블룸버그 통신)

“유가급등과 신용위기, 인플레이션 등이 겹친 현 글로벌 경제상황은 버블붕괴와 9.11테러, 월드컴ㆍ엔론 회계부정 등으로 얼룩진 2002년보다 훨씬 치명적이다.” (28일 AP통신)

한국경제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온갖 악재들이 뒤엉켜 경제를 낭떠러지로 밀어내고 있지만, 정작 떠받쳐줄 힘은 어디에도 없다.

전문가들은 현 한국경제를 ‘복합위기’ 국면으로 진단하고 있다. 대외적 위험과 대내적 불안이, 경제적 부진과 정치사회적 혼란이 물리ㆍ화학적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경기순환적 위기가 아닌 복합ㆍ중층적 위기라는 것이다. 1997~98년의 외환위기, 2003년의 신용위기(카드대란)에 이은 최근 10년 사이 세 번째 위기이며, 그 구조적 난맥상이나 파급도 측면에선 환란이후 가장 치명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9일 관계당국 및 주요 연구 기관들에 따르면 올 하반기 성장률은 3%대 초반으로 급락하고 물가상승률은 5%를 웃돌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또 경상수지 적자가 기정 사실화되는 가운데, 상품수지마저 11년만에 적자반전이 우려되고 있다. 한 대기업 고위인사는 “내부점검 결과 아직은 괜찮은 편이지만 하반기부터는 현 경제난이 본격적으로 기업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경우 일자리 창출은 정부목표(35만개) 달성은커녕 15만개를 웃도는 수준의 ‘저(低)고용’ 사태가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

정부는 줄곧 “문제는 대외악재(고유가)”라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대내적, 경제외적 요인도 고유가 못지않게 심각하다는 것이 경제현장의 목소리다.

국론분열을 상징하는 촛불시위도 경제엔 분명 마이너스다. 토머스 번 무디스 부사장은 촛불시위에 대해 “(단기적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론 경제성장을 훼손할 것”이라며 “번지는 민족주의적 분위기로 인해…경쟁력회복을 위한 금융시스템개혁이 어려움에 처하고 공기업민영화에도 악영향을 줄 것”(26일 로이터 인터뷰)으로 진단했다.

반복되는 파업도 같은 맥락이다. 화물연대파업이 겨우 진정국면에 접어들자, 이젠 현대차를 비롯한 금속노조가 내달 2일부터 파업을 준비중이다. 고유가에 시달리는 산업계는 노조의 과도한 임금요구나 작업장을 떠난 정치파업으로, 이중고를 앓고 있다.

이런 정치사회적 혼란의 중심엔 결국 ‘리더십 부재’가 있다. 사과를 해도 냉소만 되돌아올 만큼, 대통령의 지도력은 땅에 곤두박질쳤다. 경제팀은 초기 물가대응(외환정책) 실패로 시장신뢰를 잃었다. 국정을 바로잡고 민생법안을 처리해야 할 국회는 문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단기적 경기ㆍ물가시책은 차치하더라도, 공공개혁이나 규제혁파 등 중장기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핵심 과제들이 제대로 추진될 리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 현정택 원장은 “경제는 경제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하향추세인 경제에 국회공전이나 촛불시위 노조파업 같은 정치사회적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정말로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글 싣는 순서 *

1부-복합위기가 왔다

(1) 뚜렷한 징후들

(2) 경제현상의 비명

(3) 사라진 리더십

(4) 반복되는 파업

2부-출구는 없나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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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성장·55 물가·경상 적자 '트리플 쓰나미'

성장, 물가, 경상수지. 나라경제운용의 세 마리 토끼라 부르지만, 모두 잡기란 여간해선 힘든 게 아니다. 하나(성장)를 잡으면 다른 하나(물가)를 놓치기 일쑤고, 잘해도 두 마리 이상은 어렵다.

역으로 세 토끼를 모두 놓치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환란직후에도 한 마리(경상수지)는 건졌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아니다. 성장도 물가도 경상수지도 모두 최악이다. 추락의 끝마저 보이질 않는다. 우리 경제의 삼중고(三重苦)가 심화되고 있다.

4%대 경제성장

1ㆍ4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전년동기대비 5.8%. 정부의 올해 목표치 6%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당시만 해도 우리 경제가 이렇게까지 주저앉으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2ㆍ4분기부터 사정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악몽 같은 시나리오는 24일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았다. 4ㆍ4분기 우리 경제성장률이 2.6%까지 가라앉을 것이고, 따라서 상반기 5.2%에서 하반기 3.1%로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분기 기준으로는 2003년 3ㆍ4분기(2.3%) 이후 최악이다.

IMF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 해도 ‘앞으로가 더 큰 문제’라는 데는 모든 경제연구소들도 공감하고 있다. 국책, 민간 가릴 것 없이 하반기로 갈수록 더욱 가파른 경기하강을 경고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상반기 5.2%에서 하반기 3.3%로 하락할 것으로 29일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하반기 성장률을 3.8%, LG경제연구원은 4.0%로 예상했다. 오는 1일 수정경제전망을 내놓을 한국은행도 하반기 성장률을 3%대로 내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6% 성장 목표 달성은 물 건너갔음을 인정하고 있다. 배국환 재정경제부 2차관은 “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4% 후반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성장도 성장이지만, 더 심각한 것은 내수(투자+소비)다. 수출은 그럭저럭 버티고 있지만 설비투자, 특히 민간소비는 점점 더 냉각되어가고 있다. 고유가영향으로 주머니 사정이 나빠지다 보니 구매력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체감경기는 지표보다 훨씬 나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5%대 물가

강만수 재정부 장관은 “6월 물가는 5월(4.9%)보다 더 오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01년 6월(5%) 이후 7년만에 5%벽을 뚫는 것이다. 정부가 3.3%로 책정한 물가 전망치는 이미 포기한 상태다.

물가도 성장만큼이나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배럴당 140달러를 뚫은 국제유가는 도무지 끝이 보이질 않는다. 150달러는 초읽기 상태이고, 200달러마저 허황된 전망은 아닌 듯 싶어 보인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고물가)이 초입단계에 들어선 분위기다.

문제는 인플레기대 심리의 확산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유가와 관련 없는 품목들까지도 가격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인플레심리의 전면적 확산을 우려했다. 인플레심리는 한번 번지면 좀처럼 잡히지 않는 특성이 있다. 특히 임금상승압력을 가중시킴으로써, 기업수익악화와 사회불안으로 이어지게 된다.

적자 경상수지

환란 후 10년간 흑자기조를 유지했던 경상수지도 마이너스로 돌아설 조짐이다. 올들어 6월말까지 누적적자는 71억7,000만달러로 이미 정부의 올 경상수지 적자 예상치(70억달러)를 넘어섰다. 하반기에도 특별히 낙관할 요인은 없어 보인다.

그나마 버팀목이었던 상품수지마저 흔들리고 있다. 수출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고유가로 인한 수입부담 때문에 상품수지마저 적자반전이 유력시된다. 세계경기둔화로 수출여건은 더 어려워졌기 때문에, 하반기로 갈수록 대외균형은 깨질 공산이 커 보인다.

문향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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