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진에 따른 신용위험의 증가, 증권사로 빠져나가는 돈, 갈수록 떨어지는 수익률, 덩치 키우기의 한계. 상반기를 마감한 국내 은행권에 형성된 공감대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각 은행마다 고민이 다르고, 전략도 다르다. 동상이몽이다. 자본시장통합법 체제를 6개월 앞둔, 국책은행 민영화 물살이 빨라지는 하반기, 국내 ‘빅 은행’들의 경영 화두를 짚어보자.
우리 “공격이 최선의 방어” 조직 개편 단행
우리은행
새 지도부(이팔성 지주회장과 이종휘 행장)를 맞은 우리은행의 화두는 ‘공격이 최선의 방어’다. 겉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향후 민영화 과정에서 ‘혹시라도 타 은행에 M&A되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의식이 상존해있다. 규모로 보나 역할로 보나 우리금융이 통째로 타 은행에 넘어갈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1%의 가능성이라도 차단하려면 보다 공격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게 경영진의 인식이다.
우리은행은 이를 위해 조직재정비부터 단행했다. 29일 영업지원본부를 폐지하고 4개부서를 통폐합하는 한편 수석부행장직을 도입했고, 그 직속에 시너지 추진실을 신설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성장은 추구하되 지표를 감안한 안정된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국민, 지주회사 체제 박차… 초대회장 관심 집중
국민은행
국내 ‘리딩뱅크’지만 현 시점에서 최대 관심사는 ‘지주회사 CEO’다. 국민은행은 지난 27일 금융위원회로부터 KB금융지주회사 설립 신청에 대한 예비 인가를 받았다. 4대 은행 중 마지막으로 지주회사 체제를 열게 된다. KB금융지주회사는 국민은행, KB투자증권, KB선물, KB자산운용, KB부동산신탁, KB신용정보, KB창업투자, KB데이타시스템 등 8개 자회사와 KB생명보험, 국민은행 홍콩법인과 런던법인, KB투자증권 홍콩법인 등 4개 손자회사를 거느리게 된다.
최대 관심은 누가 초대 KB금융지주회장을 맡느냐다. 최근까지만 해도 현 강정원 행장의 승계를 누구도 의심치 않았지만, 요즘 ‘황영기(전 우리금융지주회장) 카드’가 급부상하고 있다. 황 전 회장 본인의 의지도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노조는 MB(이명박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활동한 황 전 회장에 대해 “KB금융지주회사 경영권을 MB정권의 대선전리품으로 삼겠다는 것이냐”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회장선임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자산 4위 하나, M&A로 몸집 키우기
하나은행
하나금융지주의 목표는 ‘M&A’다. 현재 자산순위 4위 자리마저 위협 받고 있는 하나은행으로선 M&A를 통한 외형확대가 가장 절실하기 때문이다.
때맞춰 매물도 많다. 민영화 계획이 확정된 산업은행 외에,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도 다른 정부소유 은행들도 매각가능성이 있다. 론스타가 HSBC에 팔기로 한 외환은행도 정부의 매각승인 보류가 장기화할 경우 다시 M&A시장에 나올 수 있다.
하나은행은 이 가운데 우리은행에 관심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환은행이 다시 매물로 나온다면 재응찰할 공산도 있다.
이 경우 조흥은행 LG카드 인수로 덩치를 키워온 신한은행도 M&A전선에 뛰어들 공산이 크다. 향후 예정된 M&A는 하나하나가 단숨에 국내 은행권의 지도를 바꿀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밀리지 않으려면 먹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M&A는 올 하반기뿐 아니라, 향후 몇 년간 은행권의 이슈 ‘1번’ 자리를 내놓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만큼 울고 웃는 은행들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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