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전쟁'이 벌어졌다.
올 여름 에버랜드의 캐리비안베이는 웬만한 워터파크 하나 규모의 시설을 추가했다. 휘닉스파크 용평리조트, 경북 영주의 판타시온 리조트는 새로 워터파크를 조성해 개장한다. 겨울에는 강원랜드 하이원 스키장에도 워터파크가 문을 여는 등 전국 곳곳에서 워터파크 신축 바람이 거세다.
왜 다들 워터파크에 뛰어드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1996년 캐리비안베이가 처음 문을 열었을 때 많은 이들이 "무리수"라며 걱정을 했다. 1,000억원대가 넘는 초기 투자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캐리비안베이는 이번 시즌 수백억원을 더 들여 '와일드 리버'라는 거대 시설을 추가로 선보였다. 10년이 넘은 워터파크의 역사가 그만큼의 수익을 보장했기 때문이다.
용평리조트의 경우 올 여름 워터파크 개장 소식에 콘도 회원들의 객실 예약율이 예년보다 높아졌다. 휘닉스파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션월드가 있는 홍천 대명 비발디파크의 경우, 지난 21일 객실 예약률이 100%를 넘어섰다. 비수기인 6월이고 노는 토요일도 아니었는데 나온 결과다.
대명리조트 관계자는 "예전에는 겨울 스키 시즌을 제외하고는 객실이 많이 비었는데 오션월드 개장 이후 평균 객실 가동률이 90%대로 올라섰다"고 말했다. 여름철에 홍천 비발디파크가 최성수기를 구가하게 된 것은 워터파크 오션월드 때문이다.
경주의 '블루모아 리조트'를 조성중인 태영건설도 2010년 워터파크를 개장할 계획이다. 태영건설 레저사업팀 조긍주 부장은 "국내에 중ㆍ소 규모를 다 합쳐 32곳의 워터파크가 운영중인데 2010년에는 50곳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부장은 "현재 1,8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는 국내 워터파크 총 매출액도 2010년에는 3,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너무 한꺼번에 지어지다 보니 워터파크의 난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충북 청원의 효명스파이스는 모기업의 부도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서울의 첫 워터파크를 내걸고 시작한 '씨랄라'도 생각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에선 국내 워터파크의 급성장을 한국인의 기질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한 장소에서 오랜 시간 휴양을 즐기는 유럽인들과 달리 한국인은 휴식에서도 다이내믹한 즐거움을 찾으려는 경향이 크고, 그러한 휴양과 놀이의 욕구를 함께 수용하기에 워터파크가 제격이라는 설명이다.
에버랜드 김대석 파크기획팀장은 "워터파크의 급부상은 한국만이 아닌 세계적인 현상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서는 시점에 워터파크의 수요가 크게 커지는 것을 볼 수 있다"며 "만만치않은 비용임에도 불구하고 점점 많은 사람들이 바다나 강으로 떠나는 피서 대신 집에서 가깝고 편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워터파크로 몰린다"고 말했다.
그는 "동네 목욕탕과 찜질방 등으로 물과 친숙한 한국의 독특한 온욕문화도 워터파크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