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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EBS 공동 논술기획/ 역사 서술의 객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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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EBS 공동 논술기획/ 역사 서술의 객관성

입력
2008.06.30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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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된 역사는 얼마나 진실한가

[논제]

(가)를 논의의 출발로 삼고, (나)와 (다)를 반영해 우리가 갖추어야 할 바람직한 역사적 태도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논술해 보시오. (1,200자)

[제시문]

(가)역사가는 특정한 사회구성들에 의해 특정한 입장을 전달해 줄 것을 요망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역사가들에 의해 전달되는 우세한 입장은 사회구성 내에서 보다 강력한 지배집단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고 보아도 된다. 그러나 그러한 입장이 자동적으로 관철된다거나 혹은 전혀 도전을 받지 않는다거나 혹은 그 입장이 일단 자리를 잡았다고 해서 그 자리가 영원히 ‘그대로’ 보장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역사 자체가 이데올로기적 구성물이라는 사실은 그것이 권력 관계에 다양하게 영향을 받는 사람들에 의해 끊임없이 재구성 재정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지배자뿐 아니라 피지배자도 각각 자신들의 실천적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과거를 독자적으로 각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배자들은 피지배자들이 각색한 과거를 부적절한 것으로 취급하여 지배적 담론의 공간에서 배제시켜 버린다. (.....)-키스 젠킨슨, [누구를 위한 역사인가]

(나)일본인이 외국의 문명을 따라잡고, 추월하려고 노력하던 때는 목표가 분명해서 불안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구미 제국을 따라잡는다는 근대 일본이 내세운 목표를 달성하고 일본은 어느 나라도 목표로 삼을 수 없는 입장에 서게 되었다. 이것이 일본인이 방향을 잃어버리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일본은 오랜 역사를 통해 외국의 군대에 국토를 짓밟힌 일이 없는 나라였다. 그러나 대동아 전쟁에서 패배한 이후, 이 점이 변했다. 전국에서 약 50만 명이나 되는 시민의 목숨을 빼앗아가는 무차별 폭격을 받고 원자폭탄을 맞았다. 그 후 점령에 의해 국가의 제도는 대폭 변경 당했다.

전후에 일본은 노력해 경제부흥을 성취하고 세계에서 유수한 경제대국의 지위를 쌓았지만 아직 어딘가 자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전쟁에서 패배한 상처가 아직 낫지 않았다. (.....)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를 분명하게 가지는 것이다. 자기를 분명하게 갖고 있지 않으면, 실은 외국의 문화와 역사를 배우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깊이 자국의 역사와 전통을 배워주기를 바란다. 이것이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배운 여러분에게 보내고 싶은 최후의 메시지다. - [‘후쇼사’판 일본 중학교 역사교과서 후기]

(다) 고구려를 소재로 한 한국 드라마 ‘주몽’, ‘태왕사신기(太王四神記)’가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미 ‘태왕사신기’와 관련한 보도 금지령을 내렸다.

홍콩 시사주간지 아주주간(亞洲週刊) 최신호는 4일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고구려 시조의 전기를 다룬 ‘주몽’이 중국 네티즌들로부터 “역사를 왜곡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남중국 일대를 가시청권으로 하고 있는 홍콩 ATV는 최근 하루 한 편씩 ‘주몽’의 방영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인터넷 사이트 톈아이(天涯) 망에선 ‘주몽’을 ‘반중국(反華) 드라마’로 지목하고 드라마 내용을 성토하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본 하나로도 충분한데 이젠 한국까지…”, “한국인들은 자신을 선량하게 그리고 한나라 사람들은 잔혹하게 묘사해 사실을 고의로 왜곡했다”, “드라마엔 한나라에 대한 적의만이 넘친다. 한나라를 일본보다 나쁜 나라로 묘사했다”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ATV측은 ‘주몽’의 중국어 자막에 ‘한(漢)나라’를 ‘천조(天朝)’로, ‘나라’를 ‘부족’으로 바꿈으로써 논란을 피하려 하고 있다. 입카포(葉家寶) ATV 부회장은 “일부 민감한 어구를 수정하고 조정했다”며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재밌고 잘 만든 드라마이고 그 소재도 신화이자 전설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광개토대왕을 다룬 역사극으로 오는 9월부터 방영되는 ‘태왕사신기’도 그 내용에 중국 네티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류 스타로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용준이 5년만에 출연하는데다 한국 드라마 사상 최대 규모의 제작비(450억원)가 투여된다는 점에서 중국은 벌써 우려를 내놓고 있다.

중국공산당 선전부는 중국과 남북한 사이의 민감한 역사소재인 고구려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이 드라마에 대한 언론보도를 차단했다. 이밖에도 ‘연개소문’, ‘대조영’ 등 고구려와 발해 역사를 다룬 드라마가 한국에서 계속 제작되는데 대해 중국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아주주간은 그러나 한국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 이런 한류가 ‘문화침략’이 아니라며 한국인들의 중국 관심이 늘어나고 중국의 드라마가 발전의 계기를 찾는 등 상호 간의 협력을 통해 장기간에 걸?‘문화 융합’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한국 스타들이 중국 드라마에 대거 출연하고 한중 합작 영화, 드라마가 계속 제작되는 것은 ‘신한류(新韓流)’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연합 뉴스]

♠ 제시문, 제시문 분석 및 논제 분석의 전문은 EBSi 논술방(www.ebsi.co.kr)에 게재

[제시문 분석]

(가) 제시문은 역사가 이데올로기의 산물이기 때문에 지배 혹은 피지배의 이해관계를 반영한다고 말하고 있다. 지배자와 피지배자는 자신들의 이해를 지지해 줄 사람을 동원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역사는 끊임없이 재구성 재정리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제시문에서 독자는 상충된 필요에 의해 역사가 언제든지 변질될 수 있는 것임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나) 제시문은 일본 ‘후쇼사’판 중학교 역사교과서 간행의 동기를 밝히는 글이다. 저자는 오늘날 일본이 나아갈 방향을 잃게 된 이유를 두 가지로 제시하고 있는데, 독자는 여기서 ‘전쟁에서 패배한 상처’만 강조하는 일본의 역사 인식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자국의 침탈로 엄청난 희생을 강요받은 이웃 나라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보여주지 않고 있음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다) 제시문은 고구려 관련 역사 드라마가 최근 중국 네티즌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음을 보여주는 기사이다. 중국에 부는 한류가 오히려 ‘문화 침략’이라는 오해와 비판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건전하고 균형 잡힌 역사의식이 요구된다 하겠다.

[출제 의도]

세 개의 제시문 중, 하나는 역사 서술의 태도에 관한 원론적 차원의 글이다. 나머지 두 개의 제시문은 특정한 사태를 보여주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상황에 관한 글이다. 이 문제는 역사 서술의 태도를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 상황에 적용하여 어떤 태도를 갖추어야 할지 고민해 보도록 하는 데 출제 의도가 있다. 하나는 우리의 가해자가 역사를 왜곡하는 상황에서, 또 하나는 우리 스스로가 역사 왜곡의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웃 국가들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추어야 하는지에 대한 가치를 모색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논제에 대한 접근 방식]

역사가 지배와 피지배의 이해관계에 따라 재구성 재정리되는 이데올로기의 산물이라는 점을 논의의 전제로 삼아야 한다. 그 다음 (나)와 )다)를 반영해 우리가 갖추어야 할 바람직한 역사적 태도를 논의하라고 했으므로, (나)와 다)의 상황을 파악해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나)의 경우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역사 인식의 태도를 발견하는 것이 요체가 될 것이다.

바람직한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는 점에서 편협하거나 지나치게 주관적인 입장에 빠지지 않도록 유념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예시 개요]

논의의 출발: 역사는 이데올로기적 재구성이다.

문제의 발견: 역사 왜곡과 날조의 가능성- 후쇼사판 역사 교과서에 나타난 제국주의 지배 논리/ 한류 사극에 대한 중국 네티즌들의 자국 중심적 반응

문제의 비판: 이데올로기적 도구로서의 역사에 대한 비판/ 편협한 민족 감정의 표현 수단으로서의 역사에 대한 비판

가치의 모색: 역사적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합리적, 이성적 사고의 필요성. 평화와 공존이라는 인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대의 안에서의 미래 지향적인 사고

마무리: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편협한 민족중심주의나 주관적 이해관계로 흘러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염재철.EBS논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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