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광주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표 경선 후보 2차 방송토론은 박희태 정몽준 두 후보의 1위 싸움이 얼마나 치열한지 잘 보여주었다. 평소 점잖기로 이름난 두 사람이 거칠고 험한 말을 주고 받았다.
박 후보가 먼저 “나무도 이식하면 뿌리를 내리느라 열매를 2년간 못 맺는데, 정 후보는 당에 들어오자마자 대표라는 큰 열매를 따려 한다”고 공격했다. 정 후보가 입당한지 7개월밖에 안 되는 ‘뿌리 없는 후보’라는 점을 건드린 것이다.
정 후보는 “우리는 나무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받아 넘겼다. 이어 정 후보는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박 후보가 대표가 되면 한나라당은 문을 닫아야 한다. 박 후보에게 그런 일(낙천)이 없었으면 대표로 모셨을 텐데…”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후보의 ‘원외 한계’를 겨냥한 것이다.
이에 박 후보는 “너무 그렇게 막말을 하니까 얼떨떨하다”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당이 문을 닫는 게 아니라 확 열게 될 것이다. 또 공천 잘못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인데 자꾸 공천에 얽매여 그런 식으로 얘기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정 후보는 “박 후보가 상심하셨다면 본뜻이 아니었다”고 사과했다.
박 후보와 ‘주류 연대’를 맺고 있는 공성진 후보는 “대표는 모든 당원이 수긍할 정도로 당에 헌신, 기여한 게 많아야 한다”며 박 후보에 가세했다. 정 후보는 “박 후보, 공 후보가 나를 나쁘게 보이려 노력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 품위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공 후보가 “당내 계보 없이 무조건 하나가 돼야 한다는 것은 북한에서 나오는 이야기 아니냐”며 ‘계파 대결’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자 정 후보는 “국민을 오도하지 말라. 계파 정치는 당을 망하게 한다”고 반박했다.
세 사람의 ‘끼리끼로 토론’이 계속되자 김성조 후보는 허태열 후보에게 “오늘 진영 후보가 사퇴한 심정을 알 것 같다. 경선에 어려움이 많다”고 에둘러 꼬집었다.
한편 진영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선이 단지 계파를 강화하고 계파간 간격만 넓히는 것 같아 경선 후보로 서 있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했다”며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친박계 후보였던 그는 허태열 후보를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지지는 없다”고 했다.
진 의원이 사퇴하면서 ‘1인 2표제’ 하에서 주류의 박희태 공성진 후보와 친박계 허태열 김성조 후보간 ‘연대’가 더욱 끈끈해져 계파 대결이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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