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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포스트 워 1945~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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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포스트 워 1945~2005

입력
2008.06.30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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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주트 지음ㆍ조행복 옮김/플래닛 발행ㆍ1권 736쪽, 2권 712쪽ㆍ각 3만2,000원

제 2차 세계 대전 후 60년 동안 유럽이 걸어 온 복잡다단한 길을 두툼한 두 권으로 담아냈다. 책은 뉴욕대 유럽학 교수의 입을 빌어, 유럽이 물질 만능의 미국처럼 숫자나 기록으로 환원될 수 없는 이유를 밝힌다. 유럽이 곧 인류의 사상과 투쟁을 상징한다는 점을 입증, 2005년 ‘뉴욕 타임스’, ‘타임’, ‘옵저버’ 등 세계적 언론들로부터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던 책이다.

6개 국어로 된 최근 공개 자료들을 근거로, 2차 대전 이후 리스본에서 레닌그라드까지 유럽 34개국의 역사를 거슬러 내려 온다. 그것은 정치, 경제, 사상을 두고 인류가 벌여 온 거대한 실험에 대한 기록이다. 자본주의 대 공산주의, 복지국가 대 신자유주의적 세계관의 대립을 이 책은 현대 유럽사 서술의 양대축으로 견지한다.

현실적으로는 프라하가 1968년 공산주의의 정신을 망각한 소련의 군홧발에 유린됨으로써 유럽은 동과 서로 나뉘어, 비극적 길항을 예고했다. 그러나 역사는 현실 공산주의에 대해 복수를 했다. 그것은 1989년 고르바초프의 의도적 방관으로 봇물졌던 동유럽의 붕괴였고, 이념적으로는 탈공산주의였다.

한편 유럽의 자본주의는 전후의 곤궁함을 벗어나기 위해 미국식 자본주의를 기꺼이 폐기했다. 유럽형 복지 국가의 모델은 부자들의 피를 빨아먹지 않는 길을 택했다. 그 같은 사회적 선택에서 최대의 수혜자는 전문직과 상인들로 구성된 중간 계급이었다. 미국식 사회 모델과 첨예하게 갈라서는 지점이다. 2003년의 통계는 그 결과를 이렇게 압축한다. “미국인들이 유럽인들보다 더 오래 일했고, 휴가는 더 적고 짧았다.” 실제 태반에도 못 미쳤다.

그럼에도 유럽연합(EU)의 여론조사 기관인 유로바로미터가 매년 실시하는 여론 조사에 의하면 빈곤의 원인에 대해 절대 다수의 유럽인들은 개인의 무능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이라는 답을 내놓고 있다. 나아가 빈곤을 완화시키는 데라면 기꺼이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럽과 미국이 다른 이유 중 하나다.

책은 계급에 집착해 시장을 고려하지 않는 좌파에게도, 복지를 포기하고 공익을 고려하지 않는 우파에게도 미래는 없다고 말한다. 책의 표현대로 유럽은 “여우처럼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유럽은 계급 문제를 뛰어 넘은 좌파와, 시장 너머에 존재하는 사회적 자산에 관심을 기울일 줄 아는 우파 사이의 균형점을 향해 끊임없이 진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 토니 주트 뉴욕대 유럽학 교수(60)는 런던에서 출생, 뉴욕을 근거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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