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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기업 간 협력과 국가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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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기업 간 협력과 국가경쟁력

입력
2008.06.30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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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5일 눈에 번쩍 띄는 뉴스가 있었다. 한국 반도체의 양대 축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마침내 손을 잡았다는 소식이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는 25일 반도체통합협회 출범식에서 신(新) 메모리 공동 연구개발(R&D), 반도체 산업 표준화 주도, 장비ㆍ재료 국산화 확대 등 반도체 기술 관련 3대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테라비트급 차세대 반도체 원천기술과 수직자기형 비휘발성 메모리(STT-M램)를 공동 개발하고 450㎜급 차세대 웨이퍼 규격 전환에 대비해 8월 ‘표준화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반도체 장비ㆍ재료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해 내년까지 국산 장비ㆍ재료 총 6,463억원 어치도 구매하기로 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소(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 과학기술경쟁력은 6위 정도로 뛰어난 수준이다. 반면 국가경쟁력을 30위권 아래로 끌어 내리는 주요 요소가 바로 기업 간 기술협력지수이다. 3대 협력 양해각서 체결 소식은 기업 간 상생 협력이 거의 없었던 기존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꿨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반도체 소자제작의 주요 공정은 대부분 진공 중에서 이루어진다. 반도체용 장비 및 부품은 대부분 진공장비 및 부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진공기술의 자립화가 선결과제라는 확신 하에 필자는 20년 넘게 진공표준과 기술을 연구하고 관련 산업체들의 조합인 진공연구조합의 고문을 맡는 등 진공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진공산업의 발전은 힘에 부치는 모습이었다. 소자 제조업체들은 진공 장비 및 부품을 수 조원씩 외국에서 사들여 오면서도 우리 제품은 기피하거나 사더라도 매우 낮은 가격으로 납품을 요구했다. 이는 다시 우리 업체들의 수익을 낮추고 연구 개발을 수행할 여유를 주지 않아 품질이 조악해지는 등 악순환만 반복됐다. 이에 필자는 진공 소재, 부품 및 장비의 종합 평가시험 시설을 갖추고 국산 진공부품 및 장비의 정확한 시험 및 평가 결과를 제공해 국제적 공신력을 높여주고 신제품 개발을 돕기 위해 ‘진공기술 기반구축’사업을 시작했다.

많은 업체가 혜택을 본 이 사업은 현재 3단계가 진행 중이며, 차세대 제품 개발에 필수적인 진공공정 중 진공용기 안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면서 반도체 공정을 조절하는 기술연구에 들어섰다. 6월 24일에도 제 2회 반도체 공정 진단 워크숍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개최했는데, 100명도 오지 않을 것이라던 예측을 뒤엎고 산학연 전문가 300여 명이 몰려 성황을 이루었다. 반도체 업체들의 원천기술 개발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정부가 다양한 방법으로 벤처 및 중소기업을 키우려 했지만 큰 성공을 거두기 어려웠던 이유는 대기업이 중소기업 제품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기업들은 외국 업체가 제작해 준 기계에 의존해 대량 생산하고 수익을 올리던 단계는 벗어난 듯 하다. 독자적 디자인과 개념의 소자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장비를 디자인하고 제작해야 하며 국내 소재 부품 및 장비업체들도 적극적으로 육성, 상생해야 생존할 수 있는 치열한 세계적 경쟁체제로 들어섰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상생협력이 발전하면 진공부품 및 장비를 제작하는 기업들이 세계를 상대하는 수준 높은 기업들로 성장할 것이며, 많은 일자리와 원천연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 기대한다.

정광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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