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남부 호치민시에서 비행기로 40분 거리의 나트랑. 여기서 다시 버스로 2시간여를 달리니 반퐁만 포스코 일관제철소 부지가 나타났다. 눈앞에 펼쳐진 빼어난 자연환경은 이 곳에 제철소를 추진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감이 들 정도였다. 3시간 가까운 거리를 이동했는데도,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풍광이 지루함과 피곤함을 잊게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생각은 버스에서 내려 제철소 및 항만 부지를 둘러보는 순간, 단숨에 사라졌다. 제철소를 건립하기에 이보다 완벽한 조건을 갖춘 곳이 있을까 싶었다. 반퐁만의 수심은 평균 20m. 베트남의 다른 지역 해안보다 깊어 20만톤급 대형선박도 정박할 수 있는데다, 인접한 혼곰(Hon Gom) 반도가 자연방파제 역할을 해 따로 방파제 건설이 필요 없는 천혜의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제철소 부근 항만에는 평균 3~5㎞의 방파제를 건설하는 게 일반적이다. 포스코가 베트남 내 4곳의 부지 후보 중 이 지역을 최종 낙점한 이유를 알만 했다.
포스코는 이달 초 베트남 정부 측에 사업타당성 보고서를 제출했다. 2006년 말부터 1년6개월 간의 검토 끝에 반퐁만 경제구역 내 총 942ha(285만평) 부지에 180만톤의 파이넥스 2기를 건설키로 결정한 것이다. 총 투자금액은 50억달러.
하지만 포스코가 여기까지 오는 데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포스코의 베트남 측 파트너인 국영기업 비나신이 최근 투자 철회를 선언하면서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또 대만의 화학기업인 포모사그룹이 베트남 북부에 일관제철소 건설 승인을 받아 포스코의 입지가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대해 조청명 포스코 베트남 프로젝트 추진반장은 “비나신은 포스코에 제철소 건립을 먼저 제안한 응웬 떤 중 베트남 수상이 연결해준 파트너”라며 “행정절차 등의 편의 때문에 비나신이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뿐, 사업타당성 조사나 투자는 포스코 독자적으로 진행해 제철소 건립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베트남 프로젝트 총 책임자인 김진일 전무는 포스코에 앞서 제철소 사업건을 따낸 포모사그룹에 대해 “베트남 정부가 최근의 경제위기 탓에 외국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을 염려해 취하는 고도의 정치적 액션일 뿐”이라며 “포스코의 제철소 추진에 어떤 영향도 주지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철소 인근 주민들도 포스코의 제철소 건립 추진에 긍정적이다. 현장에서 만난 응엔 싼 럭(40)씨는 “그 동안 이 지역이 개발되지 않아 몹시 불편했는데 포스코 제철소가 들어오면 도로 등 기반시설도 갖춰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며 “주민들 반대도 거의 없다”고 전했다.
포스코의 강력한 의지, 최적의 부지, 지역 주민들의 기대, 완벽한 사업보고서 등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베트남 정부 측의 결단만 남았다. 포스코의 희망사항은 절대 권력자인 응웬 떤 중 수상이 빠르면 8월, 늦어도 10월까지는 결정을 내려주는 것이다. 김 전무는 “베트남 정부가 연내 결정을 내려준다면 내년 초 착공해 2013년 말부터 제철소 가동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5년 후인 2013년, 하얀 모래와 바다밖에 없는 반퐁만 부지에 세계 최고의 친환경 제철소를 우뚝 세우겠다는 포스코. 허허벌판이던 포항과 광양에 제철소를 세웠던 열정이 베트남에서 다시 한번 큰 꿈을 이루기를 기대해본다.
나트랑(베트남)=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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