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소년 강호’ 강동윤이 이창호에게 또 이겼다. 강동윤은 24일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제 36기 하이원배 명인전 본선 리그에서 이창호에게 175수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지난 해와 올해 한국바둑리그에서 연거푸 이창호를 이긴 데 이어 최근 내리 3연승째다.
이로써 강동윤은 이창호와의 상대 전적에서 6승3패를 기록하면서 새로운 ‘천적’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창호와 다섯 판 이상 대국한 국내기사 가운데 승률이 50%를 넘는 건 오직 강동윤 뿐이다. 특히 강동윤의 이번 승리는 속기가 아닌 일반 기전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끈다.
그 동안 강동윤은 ‘속기에 강하다’는 소리를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올해 우리 나이 스무살인 그가 한국 랭킹 톱10을 유지하고 있는 바탕은 속기전에서 발군의 활약을 펼친 덕분이다. 특히 지난해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우승과 빼어난 바둑리그 성적은 그의 이름을 한껏 끌어 올렸다. 6월 랭킹 8위다.
이창호와 겨뤘던 무대도 모두 속기전이었다. 왕중왕전 세 판, 바둑리그 세 판, 십단전 두 판. 생각시간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10분에 불과했다. 거기서 타이틀 하나를 따냈고 5승3패를 만들었는데 이번에 드디어 본격 기전에서 다시 승리를 거둔 것이다.
이날 강동윤은 빡빡머리로 대국에 임했다. 삭발한 지 일주일 쯤 됐다고 했다. 자세히 말은 안 했지만 지난 15일 한국바둑리그 6라운드 신성건설 윤찬희 선수와의 경기에서 너무 속기로 일관하다 좋았던 바둑을 어이없게 역전패 당한 데 대한 반성의 뜻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어쨌든 머리를 짧게 자른 후 가진 첫 경기에서 거함 이창호를 격침시켰으니, 톡톡히 효과를 본 셈이다.
박영철 객원 기자 indra0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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