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매치포인트> 의 첫 장면엔 테니스 코트가 등장한다. 네트를 맞은 공은 이쪽도 저쪽도 아닌 공중의 정중앙에 뜨고 이 사이 주연배우의 나지막한 내레이션이 흐른다. 주인공은 물론 인간의 예측 불가능한 운명을 암시하는 명장면이다. 매치포인트>
윔블던테니스대회에서 영화 속 오프닝 장면이 재현됐다. 26일(한국시간) 영국 윔블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대회 3일째 여자단식 2회전. 세계랭킹 1위 아나 이바노비치(세르비아)는 뜻밖에도 탈락의 위기에 놓였다. 세트스코어 0-1이던 2세트. 게임스코어 4-5로 뒤진 이바노비치는 자신의 서브게임에서 30-40으로 매치포인트에 몰렸다.
한 포인트만 더 허용하면 세계 97위의 나탈리 데시(프랑스)에 단단히 망신을 당하는 셈. 그러나 이바노비치가 날린 회심의 스트로크는 네트에 맞고 공중으로 뜬 뒤 유유히 상대 진영에 떨어졌다.
결국 듀스에 이어 천신만고 끝에 2세트를 따낸 이바노비치는 3세트에서 10-8로 이겨 세트스코어 2-1(6-7 7-6 10-8)로 경기를 마쳤다. 이바노비치의 3회전 진출 확정. 매 세트 타이 브레이크 접전이 이어지는 바람에 종료까지는 무려 3시간24분이 걸렸다.
경기 후 이바노비치는 “네트가 아니었다면 귀국 비행기표를 끊을 뻔했다”며 한숨을 몰아 쉬었고, 데시는 “공이 2초 정도 떠 있었던 것 같다. 이바노비치가 오늘 로또를 산다면 ‘대박’이 날 것”이라며 아쉬움을 대신했다.
한편 남자단식 2회전에선 세계 1위 로저 페더러(스위스)가 로빈 소더링(41위ㆍ스웨덴)을 3-0(6-3 6-4 7-6)으로 꺾고 32강에 올랐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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